아이디어가 재미있다.
방탈출 게임을 소재로 기묘하게 만들어진 게임 경험을 얘기하다가, 그게 단순한 게임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이어지며 경계를 넘고, 최종적으로는 현실로까지 침범하는 전개가 꽤나 스무스하게 그려졌다.
공포 요소도 나쁘지 않게 이용했다. 관련자들이 하나씩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나 고어물에 가까울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묘사를 곁들인 것도 꽤나 효과적이어서, 단지 그것만으로도 공포 분위를 꽤나 잘 만들어낸다. 짦은 이야기여서 그런지 그렇게 비취는 장면이 잦고 끊기지 않기 때문에 그게 끝까지 유지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방탈출 게임이라는 소재도 재미있게 또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 이야기의 시발이 게임이기 때문에 당면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계속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고, 게임이라는 형태를 띄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잘 알아채기 어려운 장치같은 것도 썩 나쁘지 않게 사용했다.
주인공의 개인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히키코모리처럼 그려지는 형이라든가 그에게 대부분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는 듯한 부모 등 뒤가 껄끄름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하는 뒷 이야기를 숨겨두어 의문스러움을 깔아두는 것이나 그걸 풀어내는 것도 꽤 잘 한 편이다.
물론, 여러가지 것들이 좀 뻔한 장치들이기는 해서 신선한 맛은 없다. 이야기 전개도 그렇고, 결말 역시 그렇다. 전체 구성이 어떻게 보면 좀 정형적이랄까, 고전적이라는 느낌이 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호러라는 장르적인 맛은 꽤나 분명한 편이며,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지루하거나 늘어지지도 않는다. 방탈출 게임같은 새로운 요소도 나름 신선해서, 전체적으로는 꽤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