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어느 일요일의 오후> : 재미와 반전 비평

대상작품: 무너지는 어느 일요일의 오후 (작가: Oo, 작품정보)
리뷰어: 양모, 17년 7월, 조회 37

<무너지는 어느 일요일의 오후> 리뷰

 

계속 히죽거리며 읽었습니다. 브릿G에 올라오는 작품들 중 재미있는 작품들은 제법 있어도 웃긴 작품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남자와 여자 사이의 코믹한 대화는 끝까지 술술 읽게 만드는 좋은 동력이 되었습니다. 결말이 좀 당황스러웠는데, 단문 응원에서 오간 대화를 보면 이미 다른 독자들이나 작가님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결말이 아쉬운 걸까요?

이 이야기의 재미는 어디서 오는걸까요. 아마도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녀의 대화에서 올 겁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그 둘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들의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무너진 건물에 깔린 상황에서 “이 정도 건물이 무너졌으면 남들이 신고했을테니 나는 안해도 된다”고 말하는 여자의 묘한 심드렁함이나, “전여친을 보려고 진상짓을 하려 여명808을 준비했다”는 남자의 귀여운 어설픔이 독자에게 어필하는 것입니다.

자, 매력적인 남녀 인물이 준비되었고, 코믹한 대화를 통해서 두 인물 간의, 소위 ‘케미’도 검증이 되었습니다. 앞에서부터 읽어오며 이미 히죽 히죽 웃고있는 독자들은 이제 이 남녀 사이에서 벌어질 다양한 일들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결말의 반전이 찾아옵니다. 사실 여자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었다는 거죠.

여기서 이 반전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놀라운가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문제는 이 반전을 위해 매력적인 인물이 희생되었다는 겁니다. 파트너인 남자도 매력이 반감하겠지요. 단문 응원에서 결말이 허무하다고 말하는 독자들의 뜻은, ‘반전이 허술해서 허무하다’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 더 나아가 커플이 사라져버려서 허무하다’에 가깝지 않을까요. 또 다른 단문 응원에서 말하는 ‘금수저 여친 만들기’에 대한 기대가 이런 독자들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멋진 반전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이미 매력적이고 멋진 무기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야기를 반전으로 마무리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또 멋진 인물들 기대해 봅니다.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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