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이름은> 리뷰
이 작품은 간혹 보이는, ‘첫 줄을 읽자마자 빨려들어가는’ 종류의 글이었습니다. 아마도 담담한 1인칭 서술이 제 취향이여서 그런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제 눈길을 잡아끈 것은 섬세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아름다운 묘사들이었습니다.
지나친 수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있습니다만, 이 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들 중 대부분은 … 고수와 후추, 마늘과 오레가노에 버무려진 채로 뜨거운 팬 위에서 고소하게 튀겨지겠지요.” 같은 대목의 경우, “저희들 중 대부분은 사람에게 잡아먹히겠지요.” 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요리되는 모습이 눈 앞에 선히 보이고, 자연스럽게 화자에게 이입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일단 화자에게 이입하고 나니 그 뒤의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줄거리를 즐기라고 쓰신 글이 아니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뱀의 움직임과 왕의 모습이 그려지니 단순한 이야기조차도 긴장감과 관심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묘사를 해야 한다니까 하는 묘사가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가진 묘사의 힘을 잘 느낄 수 있는 글이라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쓰실 글들도 기대하겠습니다. 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