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다는 건 뭘까. 튀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고 딱 중간 정도만 한다는 걸까? 내 옆의 사람보다 뛰어나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걸 말하는 걸까? 보통은 남들과 비슷하게, 남들과 다를 것 없이 사는 삶을 평범한 삶이라고 일컫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다들 남들보다 잘하는 장점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을 것이고 남들보다 못한 단점도 마찬가지로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런 걸 깎아 숨기고 끌어올려 남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려면 힘들지 않을까? 타고난 걸 억지로 바꾸려하는 것이 어떻게 쉬울 수 있겠어.
윤아는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지 못한 사람이다. 남들보다 뛰어난 외모 때문에 각종 루머와 따돌림에 시달렸고, 성인이 되어서도 학창시절과 별다를 것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타고난 것 하나때문에.
그래도 윤아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다. 자신의 외모가 말썽이라면, 외모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긍정적인 마인드가 어찌나 부럽던지. 이런 윤아의 사고방식이 결국은 결말같은 전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누구보다도 평범한 삶,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삶을 원했던 윤아는 콜센터 상담사를 하며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능력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윤아는 자신이 추구했던 평범하고 조용한 삶 대신 왁자지껄 시끌시끌한 삶으로 한 발 내딛는다. 바람핀 남자를 알려주었을 때, 보이스피싱범을 잡기 위해 자신의 초능력-임의로 초능력이라 칭하겠다-을 맘껏 썼을 때, 그때 윤아는 그 누구보다도 생기가 넘쳐보였다. 삶의 모토가 ‘노관심’이라고 외쳤던 윤아의 말은 사실 자신의 능력을 맘껏 꽃피우며 주변과 상호 교류하며 살고 싶다는 반어법이 아니었을까.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던 윤아의 세상은 바람핀 유부남을 폭로했을 때 흔들렸고, 보이스피싱범을 잡겠다고 다짐했을 때 금이 갔으며, 교수님의 조언을 통해 깨졌다.
마침 구름이 걷혔는지, 엷은 햇빛이 작은 안개 창문을 통해 들어왔어요.
단순한 배경묘사일 수도 있겠지만, 난 이 문단이 윤아에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고 이해했다. 새로운 시작, 도전, 희망을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하는 소재기도 하니까. 앞으로 경찰로 한걸음 내딛은 윤아에게 자신의 능력을 맘껏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고 바란다.
짧은 단편이었지만 무척이나 인상깊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레센도를 지나 포르티시모로 절정을 찍고 데크레센도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곡을 감상한 느낌이랄까.
통통 튀는 경쾌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시라 꼭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