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시네필스러운 종말맞이라니! 감상

대상작품: 시네필(들)의 마지막 하루 (작가: nostalghia, 작품정보)
리뷰어: 하예일, 9월 20일, 조회 12

이토록 시네필스러운 종말 맞이라니!

 

지구 종말의 날,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릴 적부터 잊을만하면 듣는 질문이다. 때론 심리테스트 문제가 되어 삶을 대하는 개개인의 성격을 얘기할 때 재미 삼아 이용되기도 하는 소재다. 심심풀이로 하는 건데 이상하게 그럴듯하게 내 성격이랑 맞는 것 같다, 이리 느끼는 건 순전히 기분 탓일까.

어쨌든 진짜, 이 세상 마지막 날 과연 무엇을 하며 남아있는 천금 같은 시간을 보낼 것인가.

뭐, 내 의견보다 여기선 소설 속 우리의 주인공 ‘현’을 따라가야겠지?

 

지금의 이 현상은, 지구의 모든 인류를 소거하고, 지구를 빈 땅으로 만들기 위한 전조 현상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종말을 앞에 두고 사람들은,

하늘이 온갖 색깔로 화려해지고 나사에서는 이것이 외계인들의 테라포밍 장치 오류로 발생한 현상이라 발표한다. 뒤이어 외계인이 해결하러 온다는 소식에 인류는 미지의 존재와의 조우에 들뜨지만, 그것도 잠시. 외계인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고 지구는 어이없게 종말을 향해 나아가게 되고 만다. 영화든 소설이든 다양한 종류의 지구 종말을 그린 이야기 중 작가가 제시한 상상은 어이가 없는 마지막이라 비극적 상황이 되레 코믹하게 느껴지는 전개다.

멸망을 앞에 둔 사람들의 최대 화두는 어떻게 하면 품위 있게 죽느냐로 바뀌고 지구의 마지막 순간을 보고자 하는 이들과 지구가 없어지기 전에 편하게 가고 싶다는 이들로 갈린다.

 

너네는 세상이 끝나는 마지막 날 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고 있는 거야?”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찾고 있는 중이야.”

 

현은 그간 못 본 영화 중 ‘발레리의 기이한 일주일’이란 영화를 찾고 있다. 가장 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예전에 보다가 말아서 결말이 궁금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 현의 집에 모인 친구 둘과 서로 진정한 시네필이니, 아니니로 옥신각신한다.

그러다 친구 하나가 현이 찾는 영화가 CD로 나왔음을 발견하고 이 영화를 찾아 남은 종말의 시간을 달린다.

 

청춘 로드무비의 시작 같지 않아?”

 

지구 마지막 날.

세상은 교통이든 뭐든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고 세 사람은 상황, 상황마다 영화 속 장면 장면을 떠올리며 수다를 떤다.

이들의 로드무비는 영화 CD를 찾아 도서관으로, 개인 소장 중인 아파트로 이리저리 이동한다. 그러면서 시네필이니 아니니 하며 서로를 갈구는 건 꼭 빼먹지 않는다.

어느덧 종말의 시간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찾고 있던 영화를 유튜브에서 발견한 수영 덕에 궁금하던 결말을 보지만 현은 앞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충동적으로 웃픈 이 상황을 촬영해 ‘발레리의 기이한 하루’라는 제목으로 업로드 시킨다. 그리고 모든 것은 조용히 마무리된다.

 

빌어먹을 외계인들, 골지 좀 아파보라지.”

 

외계인들은 진짜 영화와 현이 올린 영상을 두고 진위를 따지며 일장 토론을 벌이게 될까. 현이 충동적으로 던진 영상이라는 돌멩이가 종말로 끝난 소설의 다음을 상상하게 한다.

마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뒤이어 터지는 이런저런 해석으로 관객의 머릿속이 분주해지듯이.

정말 시네필스런 종말에, 시네필스런 마침표다.

순간적인 현의 충동적인 행동은 외계인들에게 두통을 유발하게 할까?

아, 글은 이미 종말(?)을 맞았는데 상상과 궁금증은 당최 멈추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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