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게도 있을지 모르는 초능력 감상

대상작품: 소리의 근원 (작가: 이사구,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9월 21일, 조회 23

예전에 모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은.. 그 프로)에서 젊은 층의 쓰레기 집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좋은 직업에 말끔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집 안에는 거대한 쓰레기 산을 만들며 살고 있었죠. 방송은 그들이 어떤 사건(혹은 피해)을 겪고 그렇게 되었음을 밝히고, 이들을 돕기 위한 여러 대책이나 방안들을 소개하며 끝났습니다.

방송을 보며, 자취하던 친구를 떠올렸습니다. 박사 과정 논문을 쓰며 연구회 일을 병행하던 친구는, 한번 너네 집에 놀러 가자는 말에 자기 집이 쓰레기통 같다고 하소연했었죠. 도무지 정리하고 치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때의 친구는 분명 사례에 나온 분들과는 달랐을 겁니다. 친구는 자신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말했으니까요. 그 말을 듣던 (저를 포함한) 친구들이 그럼 같이 가서 치워 주겠노라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글에는, 제 친구보다는 시사프로와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짐작되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주인공이 지닌 초능력은 ‘남의 마음 속 소리를 듣는’게 아니라 ‘선량한 오지랖’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은 다르지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이런 초능력이라면, 슈퍼 히어로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크게는 50대 지적 장애인을 눈여겨 보았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은 어느 동네의 약사님, 아이 몸에 난 자잘한 멍들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다 아동 학대 신고를 해 준 이웃 같은 분들부터, 작게는 오늘따라 유난히 지쳐 보이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까지. 다정함으로 세상을 조금 더 훈훈하게 만들 수 있다면, 주변에 뻗는 선한 오지랖이야 말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작은 초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매우 사적인 얘기지만) 저는 이 초능력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 브릿G 자게에 제 불안증에 대해 글을 썼는데요, 두서 없고 앞뒤도 없는 짧은 감정 토로 글이었지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댓글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자 정말로, 마음이 편안해 지는 걸 느꼈습니다. 조금은 자신감도 더 생겼고요. 소위 말하는 ‘멘붕’ 상황에 저를 ‘이성’쪽으로 안내해 준 것 그분들의 다정한 위로였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그 어떤 초능력보다 더 큰 도움과 힘이 되었고요.

초(超)능력이므로- 그게 무슨 초능력이냐, 뛰어나고 빼어나야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참견이나 무례로 여겨지기 쉬운 때에, 남의 어려움을 미루어 짐작하고 도움을 건네려 결심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 만은 아닐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또 그렇기에, 이 능력이 주인공에게 부여됐을 거란 생각도 합니다. 주인공은 [건강한 신체]를 갖고 있고, 옛말에도 있듯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까요.

마지막으로, 글 구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처음 부분에 일어난 일들이 마지막에 깔끔히 처리, 정리되어 글 안에서 하나의 완결성을 띄고 딱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구성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아주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흐린 날이지만, 마음이 아주 따뜻해 지는 이야기 덕에 훈훈했습니다. 오늘은 어쩌면 제게도 있을지 모르는 초능력을, 주변에 잘 발휘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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