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착하게 살 수 없나요? 감상

대상작품: 검은 옷의 아내 (작가: 잔잔, 작품정보)
리뷰어: 금모래, 9월 9일, 조회 18

요즘 웹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 주류를 이루는 장르는 로판, 로맨스 판타지다.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주인공이 역경을 피해가고 시련의 뒤통수를 치며 복수 혹은 성공의 절정에 다다를 때 터지는 도파민은 많은 독자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현생이 지리멸렬하니 판타지 세계에서만이라도 장애물을 부수고 깨뜨리며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사이다를 열렬히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검은 옷의 아내는 현실이다.

학대당하며 어렵사리 자라고, 악의와 적의를 온몸 온맘으로 받아들이며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피투성이 발자국이다. 회빙환의 쉬운 코스에 흠뻑 젖어있는 나는 차라리 둘 중 하나가 죽어 회귀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만큼 살아가는 아니 살아내는 모든 시간에 함정과 고비가 도사리고 있다. 악인은 주인공들을 잡아먹으려고, 씹어 삼켜서 자신들을 탐욕에 양분 삼으려 한다.

그들은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달아났고, 숨었고, 남은 생을 그러모아 사랑만을 위해 살려 노력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깊숙하게 찔린 상흔은 쉽사리 낫지않고, 고름이 차고, 덧나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미 기울어진 곳이라도 찾아가 등을 밀어벼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정의롭지 않았다. 정의? 우리가 함께 있는 것만 중요해. 그런 거 나는, 우리는 없어. 복수? 그건 목표가 아니야. 매단만큼의 고깃값. 그걸 우리에게 지불해.

그것을 위해 데스티나와 갤러해드가 누구와 무엇을 걸고 거래를 했을까?

정의로운 방법으로는 치죄할 수 없는 사회, 더 큰 힘(권력)을 빌리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도리어 숨어야 사회, 검은 옷의 아내에 실린 공포는 바로 이것이다. 착하게 살 수 없는 사회, 피해를 말할 수 없는 사회.

사람답게 사랑을 하며 살기 위해 우린 어디까지 내던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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