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야 하는데요 감상

대상작품: 황금 비파 (작가: 정도경, 작품정보)
리뷰어: 뇌빌, 7월 20일, 조회 9

소개 글 내용대로, 여성이 주인공인 영웅의 기원 이야기였습니다. [사드코] 이야기도 궁금해져서 찾아 봤는데 줄기가 거의 같으면서도 영웅으로서의 느낌은 조금 덜하더라고요. 이 조금은 단순한 이야기의 얼개를 갖고 지금의 여성혐오를 어렵지 않게 떠올리게끔,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 주셔서 좋았습니다. 여자가 만들어낸 아름답고 신비한 소리에 끌리면서도, 그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아쉬운 상황이면 어쩜 그렇게 휙 매도해서 버릴 수 있는 걸까요. 바다 깊이 내려간 여자가 만난 그 많은 여자들의 사연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주인공 여자는 그럼에도 강한 사람이라 무섭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비파 연주를 시작합니다. 무겁고 손가락 살을 파내는 황금비파를 받고도 연주할 수 있는… 생각해 보니 이미 초인이었네요. 그러고도 강자에게 할 말을 하고 원하는 악기를 받아 아름다운 가락을 연주하는데, 뜻하지 않게 제물 수확에 도움을 주게 되고 달갑지 않은 상(“너 내 신부가 돼라”)도 받고요. 왜 누구 하나 여자의 생각을 묻지 않은 걸까요? 육지에서 비파를 연주하며 당했던 취급 이야기가 짧게 겹치며 반성도 해 보게 됩니다.

영웅이 되어가는 여자는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자기의 역량과 작지만 꾸준한 속임수를 더해 마침내 큰 복수를 이루고 영웅으로서 귀환할 준비를 마칩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취급이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더 나쁘다고 해야 할까요. 다만 여자가 이제는 그리워할 것이 그리워할 만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고 자비 없이 강한 힘을 갖춘 차이가 있는 거죠. 비슷하게 억울한 이들을 모아 세상을 이루며, 가끔 음악을 연주해 들을 사람이 듣게 된 것입니다. 그 소리를 제대로 들은 사람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돌이킬 수 없게 되고요. 몹시도 직설적으로 쓰인 마지막 문단이 마음에 쿡 남습니다. 비파 소리를, 여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는데요. 영웅을 무서운 세상에 두지 않으려면, 적으로 두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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