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장난’인데, 내용은 전혀 장난기가 넘친다거나 재기발랄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인 단편소설이었다. 어둡고 비극적이며 오싹하다. 내 취향이었다는 뜻이다. 화자인 주인공은 외딴 지역의 외딴 연립주택에 혼자 은둔하고 있다. 그런 주인공 집에 초인종이 울리는 데서 소설이 시작된다.
초인종을 누른 남자는 “트릭 오얼 트릿!”을 외친다. 그제야 주인공은 오늘이 10월 31일 할로윈 데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탕을 건네자 남자는 사라진다. 주인공은 문을 닫으며 문득 절친이었던 대현을 떠올린다. 예전 대현의 생일 때 자신이 고가의 시계를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 대현이 이를 거절하며 사탕이나 초콜릿이면 된다고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상에 잠겨 있는데 다시 한 번 초인종이 울린다. 나가보니 예의 남자가 “트릭 오얼 트릿!”을 외치며 여전히 자루를 내민다. 주인공은 화를 내며 사탕과 초콜릿을 다시 건네고, 남자는 다시 사라진다. 다시 회상에 빠지는 주인공. 대현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연락이 끊겨버렸다. TV에서는 할로윈 축제 뉴스 보도가 한창이다.
그때 다시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자 또 그 남자가 “트릭 오얼 트릿!”이라고 외친다. 더 이상 건넬 것이 없자, 주인공은 결국 ‘그것’을 건네주게 된다(‘그것’이 무엇인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적지 않았다).
아무리 사탕과 초콜릿을 건네도 다시 찾아와 “트릭 오얼 트릿!”이라고 외치는 남자는, 처음에는 성가셨다가 횟수를 반복하면서 시시각각으로 점점 두렵고 섬뜩한 ‘무엇’이 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스릴과 공포를 선사한다. ‘무엇’의 정체와 연유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개인적으로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 단순히 스토리에 대한 재미만을 떠나서 뭔가 슬프고 착잡한 감상에 젖게끔 만드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장난’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잠시 곱씹어 보았는데, 이 소설 속에서는 “의미 없음(혹은 가벼움)”,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음” 정도의 뜻으로 쓰였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