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카락이 살아 있는 기생충이라면? 감상

대상작품: 기생모 (寄生毛) (작가: 라문찬, 작품정보)
리뷰어: ilooli, 6월 7일, 조회 10

마침 바로 어제 넷플릭스에서 “기생충 더그레이”를 봤다. 그 때문인지 “기생모”라는 제목이 내 눈길을 빼앗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클릭질을 하고 소설을 읽고 있었다. 혹시 작가님도 “기생충 더그레이”를 보고 영감이 떠올라 이 글을 쓰신 걸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그 드라마를 봤어도 이런 상상은 조금도 떠올리지 못했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예상 외로 결말이 산뜻하고 유쾌하기까지 한, 짧은 분량의 SF 호러 소설이다.

「발모의 신(神). 그게 남편이 먹은 약의 브랜드였고 약을 발명한 과학자의 별명이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점잖고 믿음직스러운 중년배우가 약통을 들고 ‘미국 나사에서 근무하던 한국계 천재 과학자가 만든 최첨단 생명공학 상품’이라고 선전을 해대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탈모라는 심리적 감옥에서 벗어난 탈주범들이 광란의 인증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 소설에는 부부가 등장하는데, 화자인 아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머리였던 남편이 발모제를 먹은 후 윤기가 흐르는 머리털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알고 보니 머리카락의 정체는 살아 움직이는 기생충이었고, 단백질을 영양분으로 하는 이 기생충이 가장 좋아하는 단백질은 인간의 것이라는 설정이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원래 대머리라는 설정 때문인지, 시종 어딘가 코믹한 느낌이 줄곧 들게 하는 독특한 소설이었다. 호러하면 으스스하고 어둡고 잔인하기만 한 분위기가 대부분인데, 호러 소설이면서도 어딘가 톡톡 튀는 듯한 발랄함을 이 단편 소설의 으뜸가는 매력으로 꼽고 싶다. 오싹한 기분을 짧고 가볍게 만끽하고 싶을 때, 호러를 감상하고 싶지만 너무 잔인한 건 싫고 산뜻한 느낌으로 마무리하고 싶을 때, 한번 클릭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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