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내 입에 거미줄 (작가: 온오수,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17년 7월, 조회 38

예전에 읽었던 몇몇 소설에서, 심각하게 뚱뚱한 과체중의 인물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이 집안에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가 되기까지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방치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먹는 행위를 통해서만 위안을 얻게 된 계기는 뭘까. 무엇이 그들을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자기 스스로를 내면 속으로 가둬둔 걸까.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그 ‘무게’가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면서 버텨내야 하는 삶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걸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들 뚱뚱한 사람을 게으르다고 치부하며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론적으로 그들이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운동을 피하는 등의 게으른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먹는 것을 즐기는 것만큼의 자제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 겉모습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고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누구에게나 어찌할 수 없는 약점이나 핸디캡은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단지 과체중의 모습으로 드러난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에서 대다수의 남자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연애를 하며 살아왔던 주인공은, 역시나 평범하게 남들처럼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을 하고, 아버지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어나고 보니 입 안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그는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 과체중이라는 이유로 3급 판정을 받았다. 키도 작고 잘생긴 편도 아니었던 그는, 과체중 뿐 아니라 자신이 3급이라는 생각 때문에 굵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식사를 걸렀고, 일시적으로 살이 빠졌지만 다시 먹으면 두 배로 불어나는 악순환의 반복을 겪었다. 그러다 뭔가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그것이 혀에 닿기도 전에 거미줄에 걸려 섭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보통 거미줄과 달리 철사처럼 단단해서 억지로 끊을 수도 없었기에, 스프나 죽 정도만 간신히 통과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그의 체중은 나날이 감소했지만, 그 이유로 키스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게 된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그러다 그가 입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스파이더 맨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급기야 티비 프로그램에서 출연제의가 들어오기에 이른다.

작가는 거미줄이 왜 생겼느냐는 황당한 상황 자체에 대한 이유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 자체에 주목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어느새 왜 거미줄이 생겨났는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세상 사람들은 또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할까라는 생각부터 들게 되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걸 비난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