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뭔가 자꾸 말을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가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내 앞에 수다스러운 누군가가 앉고, 이런저런 말들을 뒤섞인 말을 듣는 것이다. 실제로 상대가 내 앞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대화의 당사자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마음에 든다.
이 소설에 나오는 누군가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막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두서없는 꿈과 닮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의 상태 또한 상당히 궁금해진다.
‘나’는 꿈을 모우는 것 같다. 마지막에 ”꿈을 저에게 주시기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라고 한 말이 너무 기대된다. 뒷 말을 들어봐선 달라구트 꿈 백화점처럼 꿈을 관리하는 큰 회사의 직원인 것 같다. 이들이 뭐하는 자인지 궁금하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의 일종인데, 이들은 꿈을 모아 어떤 이득을 가져가려고 할지 알고 싶다. (산타클로스도 아니고 공짜로 할 리가…)
이 소설에서 한참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꼬이고 꼬인 짝사랑 이야기 말이다. 실제 나는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상대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는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 다정한 친구로 남으려 한다. (이 소설에서 여자를 짝사랑한 회사 동료 쯤 되겠다.) 상대는 소설에 나오는 여자처럼 뭔가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음, 과몰입을 심하게 하게 되었는데 (아, 뭔가 부끄럽다) 내 짝사랑 상대가 내가 좋아하는 걸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있는 건 아닐지, (그러면 외사랑이겠지) 내가 주체하지 못하고 고백하는 날이 오게 될지, 상대가 이 여자처럼 어느 날 나를 엄청 그리워하는 일이 생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과몰입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낄만한 감정들 아닌가. 다들 소설을 읽다가 후유증에 시달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