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작품소개
배트맨에 대한 오마주? 헌사?가 아닌 배트맨의 등장인물을 대놓고 등장시키고 이들을 무협물식으로 재창조해낸 작품.
염색업자들에 대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배트맨(편복협)이 그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와중에 마침 불수 완안이 주최한 대규모 파티(시의 유력자 100명을 모은)가 개최된다. 동 파티에서 캣우먼 격 빌런은 고담시를 10년간 비워서 물을 깨끗이 만들 것을 주장하며(하천 오염의 주범인 염색업자들도 이 사유로 살해했다고 자백) 유력자들에게 독을 먹이고 추가적으로 대량살인을 저지르려한다. 이를 무공고수 불수 완안과 합비 단톤이 힘을 합쳐 막는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합비 단톤은 적의 독장을 맞아 얼굴이 투페이스가 되어버린다. 사건이 종료되고 배트맨은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한자로 쓴 고담시와 브루스 웨인을 불수 완안, 알프레도를 알파도, 짐 고든을 고둔(놀랍게도 전부 한자로 쓴다!)로 표기한 작가의 작명센스에 놀라며 글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유머, 병맛 느낌의 팬픽인가 싶었는데 왠걸… 무협지를 써온 작가의 내공이 묻어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마저 동반된 고급진 글이다.
ㅇ 감상평
짧은 글에 원조 배트맨의 등장인물들(투페이스 하비덴트 = 합비 단톤, 라스 알굴 등 빌런 포함)을 등장시키고 재해석 까지하며, 마지막에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다크나이트의 문제의식까지 더하다 보니 정작 서사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너무 많은걸 포함시키려다 보니 정작 중요한 메인스토리(염색업자 살인사건의 범인찾기)는 캣우먼의 자백으로 해결되어 버려서 다소 심심한 느낌.
하지만, 서사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극 초반의 등장인물 소개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놀라운 작명센스에서 볼 수 있듯이) 글 자체가 재기넘치고 유쾌하며 쓸데없이?고급져 읽는 맛이 좋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홉꼬리의 전설’이나 ‘설자은, 금성으로 가다’ 같은 최근에 출판된 국내 미스터리들 처럼 시리즈 물의 첫번째 에피소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글이 황급히 마무리 된 점이 매우 아쉬웠다.
또한, 배트맨이 무협물 속 최고수라는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간간이 나오는 무공에 대한 묘사도 감질맛 났는데, 혹시 차기작이 나온다면 배트맨이 무공을 연습하거나 발전시키는 과정, 빌런과 무공으로 대결하는 모습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