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작부터 스포일러를 넣는 건 처음이지만 이 작품에 대한 제 감상을 말하려면 필연적으로 넣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디트마일과 슐러의 관계에 훌쩍이며 완결을 읽었거든요…ㅠㅠ 사실 제목에다 스포일러 표시를 넣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거기까진 안 되네요.
읽기 시작한 이래로 이 작품 속의 세상에는 믿을 사람 하나 없고, 다들 슐러를 등쳐 먹을 기회만 엿본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지 못했다고 해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닌데요! 그렇지만 사람의 목숨이 너무 흔한 세상에서 이런 말은 아무 힘도 없겠지요… 거기다 목숨값을 후려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배 따듯하게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고 심지어 재능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선생님까지 여럿을 붙여 주는데, 이러면 아무리 미심쩍고 수상해도 이 정도는 모르는 척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니르젠베르크 성은 일종의 동물복지축산농장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속 읽었습니다.
디트마일, 그래요, 이 친구 때문에 리뷰에 스포일러 주의를 붙여야 했죠. 디트마일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감시역에 더 가까웠고, 여차하면 죽이겠다는 식으로 정말 공손히도 얘기했기 때문에 한번 잘못 보였다간 슥삭, 아무렇지 않게 베어 버리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다고 칼스텐에게 보고할 것만 같았습니다. 예의 없는 단어 선택과 예의 바른 어투로요.
그런데 알젠토 구조의 방해자처럼 등장했던 디트마일이 상황 종료 후 이게 사람인지 자동인형인지 싶은 맞는 말로 슐러와 제 정신을 마구 패고선 위로를 하지 뭐예요…? 슐러야 다른 건 못 믿어도 자신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 위로하지 말라며 콧방귀나 뀌었지만, 저는 아마 여기서부터 디트마일에게 친밀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편… 왜 전체의 제목으로 쓰인 소제목을 보면 가슴이 떨리는 걸까요? 직전 편에서 슐러도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땅땅 공표되기까지 했으니 제게 거칠 건 없었습니다. 제가 슐러는 아니지만 이미 평생의 제일 가는 친구로 디트마일을 점찍어 두고서 이제 저택에 돌아가면 함께 마녀를 무찌를 줄 알았는데…
없어진 거예요.
아니, 안 보이는 거라고 했지만 그 뒤로 슐러가 펑펑 우는데 저도 같이 야박한 사람이라고 훌쩍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간 낮에는 한 번도 같이 안 다녔다니…
그래도 마녀를 쓰러트리면 같이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겠죠! 그때는 그림 그리고 죽기와 고통스럽게 죽기 같은 게 아니라 점심에 먹을 음식을 고르길 바라면서 열심히 행복한 상상을 했는데…
디트마일이 마녀의 그 연인이었고 마녀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지는 데다가 그간 다른 사람 몸으로 되살아난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끝나기만을 바랐다고 하는 거예요…….
그것도 모자라 친구 없는 슐러한테나 이 우정이 특별할 줄 알았더니 이 백 몇 년 산 디트마일한테도 보통 우정이 아니어서 마녀한테 협상도 하고 시선 끈다고 대드는데, 이걸 안전한 곳에 있다고 징글징글한 한 쌍 대하듯 시비 거는 슐러가 있어서 그나마 좀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봤자 저주가 끝나고 디트마일의 영원한 잠 앞에서 슐러가 오열하는 장면에서 같이 울었지만요… 하…
이걸 보면서 같이 본 만화도 주인공과 깊은 관계를 형성한 캐릭터가 사망한 뒤에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결말을 맞아서 두 배로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좋은데 슬퍼요. 하지만 슬프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아할 수 없었을 거예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제목의 의미가 글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지는 건 언제나 짜릿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