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듯한 소재, 이끄는 듯한 전개 공모(비평)

대상작품: 기억의 흐름 (작가: 클로, 작품정보)
리뷰어: 기다리는 종이, 1월 30일, 조회 18

‘기억의 흐름’은 짧은 소설입니다. 61매니 대부분의 사람에게 단편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의 소설이죠. 이전에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단편은 결국 단편이기 때문에 한 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소재인지, 인물인지, 대화인지, 혹은 구성 그 자체인지는 다를지라도, 어쨌든 단편에는 ‘한 방’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한 방은 소재의 전개입니다. 소재가 엄청나게 참신한 것은 아닙니다. 기억을 지우는 서비스라는 것은 여타 다른 SF 작품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소재이긴 하니까요. 다만 이 소설은 그 소재를, 기억을 지운 이유조차 잊어버린 상태에서 기억을 다시금 되찾아야만 한다는 전개로 이어나갑니다. 이 또한 아주 참신한 전개는 아닙니다. 다만, 괜찮은 소재와 괜찮은 전개라는 것은 분명하죠. 독자는 금새 기억을 스스로 지워 버렸지만 다시 찾아내야만 하는 주인공에게 쉽게 이입하게 됩니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독자도 주인공이 어떤 일을 겪었고 그걸 왜 지웠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니까요. 독자가 소설을 읽어 나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호기심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도입부입니다.

다만 이 소설은 그렇게 얻어낸 관심을 적절히 끌고 나가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도입부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므로, 독자는 소설을 읽어 나가면 그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이 재미있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면,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이 나오는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는 여러 가지 사건과 증거,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을 조합해서 탐정이 마침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만약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후, 탐정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갑자기 살인범이 자백하며 자기 입으로 사건의 진상을 말하는 내용의 소설이라면, 독자의 호기심은 충족될지라도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죠.

이 소설은 스스로 기억을 지웠지만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는 것 때문에 지운 기억을 다시 기억해내야만 하는 주인공을 제시하여 독자를 끌어당깁니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뻗어 나가는 전개는, 원래의 궁금증보다는 사실은 이러했다는 내용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전개가 더 재미있거나 혹은 별로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단지, 독자가 처음 기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마무리는 그 나름의 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소설에서 뿌려 놓은 관심거리에 대해서, 설명이 제공되는 것은 맞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은, 기억 리무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거나 혹은 기억 조작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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