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털터리 영웅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네 걸음만에 백만원을 써버리는 초능력자 영웅’ 감상

대상작품: 네 걸음만에 백만원을 써버리는 초능력자 영웅 (작가: 떡대,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2일전, 조회 13

사람을 살리기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는 대가가 고스란히 자신의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영웅담인가.

‘네 걸음만에 백만원을 써버렸다’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의 서사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부인과 이혼하고, 아들의 양육권조차 가지지 못한 채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주인공은 때때로 회의감을 느낀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노부부를 마주한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대출을 땡기고 초능력을 발휘한다.

이 장면은 주인공에게 초능력 사용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어떤 책임감이나 사명감임을 알 수 있고

나아가 부인과 아들, 가족이라는 관계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불행한 영웅의 모습에서 성취감이라는 감정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돈이라는 물질보다 성취감은 큰 가치를 지닐 수 있지만

나의 가치, 나의 삶을 뛰어넘을 정도의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인가.

 

국선 영웅에 선발되지 못했다는 영웅관리국의 통화는 나조차도 씁쓸하게 만든다.

국선 영웅에 선발된 사람들은 과연 전 재산을 써야만 했던 걸까?

국선 영웅이 되기 위한 과정이나 국선 영웅 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과연 어떤 것일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영웅의 삶을 진정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인지 의문이 든다.

 

초능력을 쓸 때마다 돈이 빠져나가는 설정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롭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든다.

초능력을 사용한 대가가 단순한 돈이 아닌, 성취감과 가장 동떨어져있는 어떠한 감정이나 상실감이었다면

더 강한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화려한 묘사 대신 ‘화르륵!’, ‘휘이이이잉!’ 같은 의성어를 통해 장면의 재미를 살린다.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금전적 부담을 안고 사는 주인공의 처지와 대비해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주는 장치로 사용되는 점이 인상 깊다.

 

“네 걸음만에 백만원을 써버리는 초능력자 영웅치고는 나쁘지 않은 시작이야.” 라는 문장은

주인공의 성격을 완벽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것을 긍정적이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낙천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웅이 현실에도 있다면 우리는 그를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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