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저러지? 뭐에 씌었나? 감상

대상작품: 잠들면 눈뜬다 (작가: 김종일, 작품정보)
리뷰어: 뇌빌, 1월 20일, 조회 13

각박 삭막한 현대 한국에서 살면서 다양한 진상을 마주친다. 운전하던 길에서, 사람 많은 쇼핑몰이나 마트에서, 유원지에서, 골목에서, ……. [잠들면 눈뜬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다양한 진상들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강렬하게,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주 묘사하는 점이다. 작품이 시작되자마자 정도가 다를지언정 누구나 몇 번씩은 겪었음직한 도로 위의 진상을 묘사하는데, 이게 그냥 지나칠 정도가 아니라 아주 끝까지 가 버려서, 딱 한 회차만에 손에 땀도 쥐고, 주인공 무영 수정 부부의 안위를 벌써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주인공 부부에게 큰 상처를 남긴 채 이야기가 시작되면 배경인 도시 곳곳에서 다양하고 심각한 진상(?) 사고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사람이 어떻게 저러지? 뭐에 씌었나? 생각이 들 때쯤 “Singing in the rain” 휘파람 소리와 함께 정말 뭐에 씌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잃은 원한을 가진 프로파일러(이지만 뭐든 다 가능한 무서운 사람) 예령이 등장해 무영과 함께 사람들의 악한 마음에 불 지르는 일명 ‘대잡이’와 맞서게 된다. 무영이 대잡이와 미아즈마를 볼 수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예령과 서로의 사연을 이해하는 동안에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서 읽기 힘들기도 했지만, 그토록 끔찍한 묘사를 생생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건 작가의 역량인 것 같다. (영상매체를 보듯 생생한 액션 묘사 덕분에 읽는 마음이 더 힘들기도 하다.) 특히 입 바른 말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수정이 미아즈마 씌인 사람들과 맞닥뜨릴 때는 정말 마음이 조마조마…….

이제 자기의 능력에 확신이 없던 무영도 더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을 다졌고, 예령은 여전히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자이니, 언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 대잡이와 맞서 싸워 이길 것인가 (이겨야 합니다 정말로요) 궁금해지는 시점인데, 왜인지 연재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지금이 중반을 지났는지 이제 본격 대결 시작인지 알기 어렵지만, 저를 포함한 독자들의 기대 수명을 고려해 얼른 이기는 결말을 맺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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