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의 결점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긴 채 살아간다.
가난, 친구들의 따돌림, 부모님의 불화, 불완전했던 나의 어린 행동과 태도 등등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결점이 애초부터 나에게 없었던 것처럼,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무언가에 의해 그 결점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 같이 화를 낸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 결점을 꺼내고 싶고 아픔을 치유하고 싶지만 무서워서, 힘들고 아플까봐 외면한다.
그 결점의 완전체, 이 작품에서는 엄마의 얼음 덩어리가 아니었을까.
이 작품 속 엄마는 열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립고도 차가운 가난을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하고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을 하며 살아간다.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엄마 곁엔 눈물의 결정체인 얼음 덩어리가 버젓이 서있고
다섯 살이 된 아들 곁에도 눈물의 결정체인 얼음 덩어리, 눈사람이 있다.
열 두 살의 엄마는 눈물, 슬픔의 총량이라고 불리는 얼음 덩어리를
다섯 살의 아들은 왜 눈사람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단순히 다섯 살의 시선으로만 볼 수 있는 순수한 마음으로 표현한 의미였을까.
엄마 곁에는 없었던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들 곁에는 있었기 때문일까.
아님 눈물, 슬픔의 총량 또한 엄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아들의 위로였을까.
가난이라는 뼈 시린 상황을 내 자식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도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나의 소소한 행동으로 엄마가 기뻐했으면 하는 아들의 마음도
결국 모두 사랑이다.
눈사람이라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순수함을 가지지 못한 본인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넌 그래도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있잖아. 내 곁엔 없었어.’ 라고 생각했을
엄마가 너무나 가엽다.
숨기고 싶고 애써 외면하고 싶어도 나의 결점은 언젠가 떠오른다.
나의 아픔은 결국 마주해야 한다.
나의 결점은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눈사람이라고 부르는 눈물 덩어리를 안은 엄마의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부디 자신의 아프고 외웠던 과거를 꼭 안아주고
내 곁에 있는 유일한 나의 사람인 아들과 결점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