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인공인 이세일 씨가 변신하지 않아서 희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농담이에요!
직원에게 아낌없이 주는 회사가 세상에 있을까요? 그것도 엄청나게 쉬운 일만 시키면서?? 그거야말로 판타지고 도시 전설 같네요. 소설에 나온다고 해도 미심쩍어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뭐가 더 있으니까 그걸 덮으려고 거액의 월급으로 눈가림하는 거죠!
그래서 세일이 거의 끌려가듯 채용 당했을 때, 분명 안 좋게 끝나리라 생각했습니다. 일단 작품 분류부터 호러잖아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그 노력이 무색할 만큼 비참한 몰골로 울부짖는 마무리가 매 화를 읽을 때마다 제 머릿속에 일렁거렸습니다. 빚도 있고 아픈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돈보다는 목숨이고 살아 있어야 뭐든 하지… 안타까워하면서요.
그렇지만 너무 큰 액수였습니다.
아니, 읽기만 해도 짜릿했다니까요? 이어지는 상황들이 감미롭기 그지없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새로운 계급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어질어질한데 그냥 이 회사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검은 명함만 받아도 다들 떠받들어 주니까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고요. 아, 이래서 권력을 얻으면 반드시 부패하는 거구나, 실감도 했습니다. 이것도 정말 마법 같았어요.
그렇지만 진짜 마법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이상한 꿈을 꾸는 게 전부여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많이 놀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늘 뜨개질하며 시계를 바라보던 모습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회 내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통보하는 박 노인은 꿈의 현현이자 마법의 화신 같아서 이런 대단한 사람이 날 챙겨주다니… 하면서 제 회사도 아닌데 애사심이 생기더라고요. 이 현실이 누군가의 꿈이라면 영원히 잠든 채 끝나길 바랄 만큼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꿈은 작중에서 몇 번이고 그랬듯이, 잠에서 깨면 끝나고 마는 일시적인 현상이죠. 그래서 처음 꾸었던 꿈의 연장선 같은 소설의 마무리가, 마지막에 세일이 한 선택이 참 좋았어요. 그리고 회사의 세 노인과 또 한 사람이 주는 균형감도요! 같은 일을 각자 다르게 대하니 진실을 다른 방향에서 조금씩 밝히는 게 재밌었습니다.
이제 누군가는 꿈에서 깨어나고, 누군가는 꿈에 빠지지만, 그래도 더는 누군가의 위에서만 성립하는 꿈이 아니라는 점이 따듯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