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로봇이 제공하는 따뜻한 서비스 ‘지구에서 윤지는’ 감상

대상작품: 지구에서 윤지는 (작가: 하은수,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1월 5일, 조회 17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하루뿐이라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풍경을 보며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을 나누며 삶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을까.

 

이 작품 속 화성에서 살고 있는 윤지는 원인도 모르는 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서아와 함께 어린 시절 살았던 지구로 여행을 떠나

음식점, 옷가게, 경복궁, 그리고 부산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속 배경처럼 언젠가는 제2의 지구라 불리고 있는 화성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지금의 예쁜 하늘과 공기, 흙, 사람들의 온기를 온전히 다 느낄 수 있게 될까.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어질지언정 100% 다 같을 순 없기 때문에

나 또한 윤지처럼 지구를 그리워하며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화성에 살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치매만큼은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먹먹하고 암담하다.

차갑기 그지없는 로봇이 치매 환자를 24시간 케어하며 정서적 교류도 지원할 수 있다니.

괴리감까지 들지만 난 왜 이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현재의 삶속에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치매 환자인 윤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공간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 서아와

함께 다니며 이야기 나누고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있어준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순간이지 않을까.

결국 상대방을 속이는 행동일지언정 착한 거짓말이 필요한 상황이 바로 이런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임캡슐 속에 있는 서아의 편지가 마음 속 깊이 가슴에 박힌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간의 관계라는 그 말.

나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지언정 나의 편, 나의 사람이 내 곁에 존재했기 때문에

윤지가 편안하게 눈 감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하루뿐이라면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돈을 들여 비싼 명품을 사거나 비현실적인 일이 아닌

사소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만족하고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미루지 않고 하나씩 실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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