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상반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 고요한 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고요한 밤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23년 12월, 조회 29

이 글을 읽고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의 기억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조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에 달았던 작고 앙증맞은 내 양말과 더 큰 선물을 넣을 수 있는 아빠 양말,

어렴풋이 내가 했던 착한 일들이 무엇이 있었을까 떠올리며 작은 두 손을 붙잡고 빈 소원들.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아실까, 다른 집과 헷갈리진 않을까 걱정되면서도

나에게 어떤 선물을 주실지 설레고 두근거리던 마음에 잠 못 이루던 크리스마스 전 날 밤.

 

물론 지금에서야 내가 착한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엔 예쁘게 포장된 박스가 놓여있었고

내가 받았던 선물은 부모님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의 결과물이었으며

산타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 글처럼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 이불 속 포근한 느낌은 여전히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따뜻한 분위기는 마지막 단락에서 완전히 반전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모두가 특별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될 수 없음을.

크리스마스 속에서도 다른 나라에선, 다른 환경에선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단순한 소원을 빌지만, 누군가는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는 사실이.. 처참한 현실이다.

 

건물이 무너지고 폭격이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어쩌면 오늘이 한 가족의 마지막 밤이 될지 모르는 이 순간에도

아이는 전혀 눈치 채지 않은 채 산타를 기다리며 잠이 든다.

할아버지의 축복을 받길 기도하며,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지길 바란 채.

 

하늘에서 쌩쌩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할아버지의 썰매 소리가 되고

창밖이 밝고 붉은 건 산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의 반짝거리는 코이기 때문이며

깜짝 놀랄 만한 소리가 폭죽 소리로 바뀔 수 있는 건

오직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과 배려가 아니었을까.

 

이 짧은 분량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요동치는 감정이 드는 건

소설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아려진다.

아이에게 최악의 크리스마스로 기억되지 않기를.

부모의 간절한 기도를 꼭 들어주기를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나또한 소원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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