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기기 마니아와 음악 마니아 공모(감상)

대상작품: 음악자유구역 (작가: 삶이황천길, 작품정보)
리뷰어: 요맘, 23년 11월, 조회 19

아빠는 예전에 월급을 모아 최고급은아니어도 꽤 비쌌을 듯한 오디오 기기를 구매하셨다. 클래식 씨디를 2천 장이 넘게 모으시는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이명에 방해를 받아 음악 감상을 그만 두시고 내가 사드린 중저가의 북셸프 스피커로 유튜브 채널을 보신다.

언니 둘이 모두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바람에, 강제적으로 클래식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나는 어떤 음악적인 기교나 구성보다는 들었을 때 내 감상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노이즈가 낀 50년대 사운드를 싸구려 컴퓨터 스피커로 듣더라도 감동을 받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여 내 몸보다 큰 스피커를 구매한 아빠는 다른 소리를 듣고 있었을까?

그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음향 철학이 현재와는 달라진 미래에서 음향과 음악에 대한 관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트릭이 사뭇 유쾌하게 느껴졌다. 작가는 선우와 지현을 여러 ‘허영적인 감상자’들 사이에 배치하여 이 감정에 대해 모종의 열린 정답을 제시하고 묻는다.

초반의 화자의 발화가 굳이 필요했을까 하고 어리둥절하게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화자가 제3자이며, 전지적이지 않음이 약간의 걸림돌이 되었기는 하지만, 중후반에 가서 독자에게 이어지면서 발상과 스토리의 참신함에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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