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뒤로가기를 눌렀다면 큰 후회를 할지 모른다.
서브컬처 문화 소재의 제목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내 기어코 1화를 읽어보게 된다면, 2화 만에 본작이 그저 메이드 카페를 좋아하는 직장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본작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개그 코드가 강했다가도 2화에서는 스릴러 소설의 면모를 탁월히 보여주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후반부에는 블랙코미디 요소를 드러내면서도 중간중간 개그는 놓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한 메이드 카페에서 시작된 일이며, 주인공인 소연과 차진석, 그리고 모든 메이드들이 결국 ‘노동자’라는 사실은 본작에서 드러난 모든 장르적 재미와 주제를 관통한다. 이러니 재밌을 수밖에.
‘사람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밤새 밝혀지는 광교테크노밸리’ 등과 같은 작가의 코멘트와, 8화의 대사 등에서 짐작해보았을 때,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메이드 카페가 사실은 거대 기업의 에너지 수집을 위해 공장처럼 운영되었다는 사실, 카페에 찾아오는 소비자들을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써먹는다는 내용은, 어쩌면 기업이라는 큰 축에서 노동자들에게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합리적인 대우가 주어지지 않는 지금의 비윤리적인 현실을 비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노동자의 사고를 목격하고도 공장을 멈추지 않은 한 기업이 생각나기도 했다.
“겉으로는 메이드 카페를 운영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느니 하는 이야기로 포장하지만,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다시피 상상 이상이에요. 애초에 사람의 실존과 자유 의지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에서, 사람의 목숨마저 도구로 보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거예요.” (8화 중)
기업의 매커니즘에 관련해 일련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한 본작은 행복에 둘러싸여 어느 하나에만 애착을 보이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부가적인 질문도 던진다.
“메이드가 아니라면 차진석 씨가 사랑과 애착 속에 지금처럼 푹 안겨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은 일생 불가능에 가까울 겁니다.” (4화 중)
허나 아마 누구나 알고 있듯, 자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자유의지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삶의 작은 일부들이 모여 형성되기 마련이며 그 과정 속에서 어떠한 인위적 요소나 집착으로의 변질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러한 메시지를 잘 전달해주었던 대사는 아래 7화가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이 가는 부분.
“내 펀딩 굿즈가 아직 안 왔다고.”
“내가 사는 공간을 향기롭게, 방 하나에서도 손쉽게 힐링할 수 있는 테라피, 한국 팔경을 주제로 한 인센스 스틱 세트 아직이라고.”
(7화 중)
드문드문 펼쳐지는 액션씬에서는 오픈하트를 외치던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며, 결국 현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애니인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은 생소할 수 있는 주제였으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꾸려내는 힘을 탁월히 발휘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