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클럽 골목에는 ‘귀연’이라는 재즈 바가 있습니다. 분위기가 좋은 곳이라고 알음알음 알려진 그 곳을 ‘나’는 친구의 소개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12월의 어느 날, ‘귀연’의 간판을 발견한 ‘나’는 이끌리듯 그 곳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친구와 전화를 통해 약속을 잡습니다. ‘나’의 전화 통화를 들은 옆 자리 남자는, 이 곳에서는 그런 약속을 할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놀라운 사연을 들려줍니다.
브릿G에는 지난 달에 등록됐지만 ‘귀연’은 최근에 쓰여진 작품은 아닙니다. 저는 이 단편을 한 전자책 공포 앤솔로지에서 보았는데요. 글 말미에 붙어있는 작가님의 말에 의하면 최근에 전자책 계약이 풀려서 이곳에 등록을 하셨다고 해요. 아마 그 전자책은 발행이 끝난 것 같고 여기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포 소설 작품집에 수록되었지만 사실 공포스러운 면은 적어요. 그 범주를 아주 넓게 잡으면 포함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에도 그 모음집에서 굉장히 이색적인 작품이었거든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분위기의 소설을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만났던 셈이지요. 마치 이 소설 내용처럼요.
미스터리가 가미된 판타지고요. 신비한 장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물이 여러 명 배치되어 있지만 사실상 모두가 ‘귀연’을 설명하기 위한 존재들이고 장소 자체가 주인공이에요. 수수께끼의 손님이 들려주는 중심 사건도 ‘귀연’이 어떤 장소인지 알려주기 위한 에피소드이고요. 그렇다고 이야기가 단순히 그렇게 기능적인 것은 아니라서 그 자체로도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그 장소라는 것은 해리 포터의 9와 3/4 승강장 같은 것입니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신기루같은 공간이지요. 그 진상이 이 글의 핵심이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는 이 글을 처음 봤을 때 그 내용을 보면서 감탄했어요. 판타지는 어떤 신비한 광경을 보여줄 때 얼마나 읽는 사람의 감각을 확 띄우는가에 따라 결판이 납니다. 그런 면에서 이 글에서 그려진 귀연은 그런 효과를 이백 퍼센트 발휘했다고 생각해요.
고백하자면 저는 이 글을 읽고 한참을 울었어요. 딱히 드라마틱하게 쓰여진 글도 아닌데 다 읽고 나니까 눈물이 멈추지가 않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그 감동을 설명할 수가 없는데요. 이건 글이 갖고 있는 어떠한 정조가 제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로 흘러가서 의외의 지점에서 끝을 맺었거든요.
갑자기 훅 들어와서 오묘한 광경을 보여주다, 더 나가야 될 것 같은 분위기에서 갑자기 끊어 버린 그 순간의 여운이 굉장히 강했어요. 엔딩 크레딧이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감동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좋은 컨셉과 신비한 정경과 감동적인 연출이 모두 있는 글인 것입니다. 저는 이 글을 전자책으로 여러 번 보면서 약간 저만의 보물처럼 여기고 있었는데요. 브릿G에서 이 글을 보게 되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많은 분들이 이런 감동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어쩌면 이런 저의 감상이나 안내 방식도 이 작품에서 나타난 귀연으로 가는 길과 닮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