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라는 배경과 판타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계리 판타지아>를 보기 전 까진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판타지 작가, 개, 동네 남자, 그리고 괴이한 일’ 이라는 작품 소개 글을 보며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라는 자연스럽고도 막연한 궁금증들이
작품을 한 회 차씩 읽어갈수록 개운하게 해소되었으며
짜임새 있는 높은 퀄리티와 웅장함에 작품성 높은 영화 한 편을 본 것 보다 더한 여운을 느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계리 마을에 내려와 살게 된 전업 작가 미호.
이사 첫 날부터 개를 키워야 한다며 돈을 요구하는 김서방 아저씨와
미호를 향해 막무가내로 잡아먹겠다고 말하는 무시무시한 목소리들.
광대까지 깊게 파인 섬뜩한 흉터가 있는 옆집의 귀녀 할머니까지.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나는 이계리 마을에서 과연 어떠한 일이 펼쳐질까?
이 곳에서 미호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미호의 당찬 성격이었다.
낯선 환경과 공간에서 동물과 귀신의 그 모호한 어둑이를 화살로 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본인 스스로도 느꼈을 무서움과 두려움보다 누군가를, 그리고 나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앞뒤 생각하지 않고 실천하는 행동력은 무모할 정도로 본받고 싶은 태도다.
작품을 초반에 읽었을 당시엔 등장인물들이 선인지 악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모두 의심스러웠다.
나 또한 미호의 입장이라면 어느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선행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악행이 되고
나에게 100%의 믿음을 주어도 사소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의심이 생기며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흘려들은 단 한 가지의 말이 마음 속 불씨가 되어 커지기 때문에
선과 악을 뚜렷하게 구분 짓기란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괴이를 불러들이고 사실로 만드는 건 사람들의 욕망과 염언, 믿음 같은 것들이야.
더 많은 이들이 갈망하고, 의지하고, 기도하면 할수록 괴이의 힘은 더 강해지지.’
거짓되고 그릇된 믿음은 결국 부정적인 결말을 낳는다.
하지만 어느 누가 나의 믿음을 불결하고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적’ 으로 결정짓고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힘을 얻으며 스스로 잘한 결정이라며 위안 삼고
나와 잘못된 생각과 믿음으로 죽음이 닥쳐올 지라도 한 치의 후회 없이 밀고 나아가는 과정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속에서도 있음직한 상황이라 공감되면서도 마음 한 곳에 무서움이 자리 잡는다.
이러한 선과 악이 얽혀있는 세상 속에서, 이 작품을 읽고 내가 느낀 한 가지는
인생의 주인공은 ‘나’ 이기 때문에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겠다는 마음이었다.
스스로의 기준을 올바르게 설정하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러한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편에 서서 악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글 솜씨에 매료되어 꿈에서도 활 쏘는 미호가 나타날 정도로 빠져든 이 작품을
좀 더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