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누군가의 공주와 기사였던, 혹은 그럴 당신에게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해피엔딩 (작가: ADT, 작품정보)
리뷰어: 노말시티, 17년 7월, 조회 70

동화에 현실성을 가미하여 이야기를 비트는 건, 슈렉 이후 이제는 좀 흔해진 느낌마저 있습니다. 이 이야기 <해피엔딩>도 어쩌면 그런 흔한 이야기 중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구성과 내용에 준 약간의 변화로 적어도 저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만한 흔한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환상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죠. ‘기름등’이 등장하는 데서 약간 위화감을 느끼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이야기의 세계가 용과 기사와 공주가 등장하는, 판타지의 세계라는 걸 알게 됩니다.

슈렉이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의 세계에서 시작하여 현실성을 가미하였다면, 이 이야기는 거꾸로 누구나 흔히 겪어 보았을 현실의 에피소드에서 시작하여 환상성을 가미합니다. 이 작은 변주가 커다란 느낌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부부는 사실은 용을 무찌른 기사와 공주였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디테일이 숨어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판타지로 포장되어 동화책이 되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포장된 이야기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정도로 왜곡되어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의 사랑 이야기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용을 무찌른 기사까지는 아니어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그 순간 만큼은 어떤 동화도 부럽지 않은 판타지적인 순간이었는지도요. 그 디테일을 뜯어보고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어쩌면 너무 유치하고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판에 박힌 판타지보다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더 아름다운 법이지요.

항상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들은 하늘에 떠 있는 손에 잡히지 않는 판타지를 꿈꿉니다. 그런 판타지에 현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걸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보는 건 너무 피곤하긴 하죠. 하지만 결국 행복이란 손에 잡히는 현실에 있는 거니까요. 짧은 이야기에 너무 많은 생각을 붙여나간 것 같기도 하지만, 현실과 판타지를 이어주는 건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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