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 원리라는 것이 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지구는 특별하지 않다. 즉,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원리를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라고 한다. 약간의 비약을 거치면 우리는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인류는 특별하지 않다─
─우주가 인류에게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무엇인가?
나는 SF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SF가 가져야 할 몇 가지 특성들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한 감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세계의 공리를 명확하게 할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 공리로부터 명백하게 연역된 사실들로 사건을 구성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재밌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어쩌면 판타지의 영역이라고 생각될 가정을, 작가의 글솜씨는 자못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끔 한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아카데미아의 환상을 잘 알고 이용하는 영리함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영혼의 무게를 잴 수 없다는, 영혼은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간단한 사고 실험들을 거쳐 놀라우리만큼 차갑고 공포스러운 결론을 이끌어낸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서 방점이 찍힐 부분은 ‘공포스러운 결론’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공포스러운 결론을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올바른 가정과 수리 논리를 통해 도달한 결론은 그야말로 이견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견고한 성이다. 증명되었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우리는 많은 것에 계량할 수 없는 감정적 가치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영혼이 그렇다. 실재 여부를 떠나, 검증 가능성을 떠나 인간의 사후 잔여물 그 이상의 가치를 영혼에 부여한다. 그러나 그 가치는 공포로 환원된다. 우주 공간의 물리적 차가움과, 법칙의 냉정함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