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을 믿을 수 없어서 더 섬뜩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검은 호수 (작가: 사마란,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9월, 조회 50

한 여자가 있다. 다름 아닌 딸 아이를 죽기 일보 직전까지 폭행해서 붙잡혀 온 여자는 무죄를 주장한다. 여자가 한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말이다. “우리 딸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분명 죽지는 않은 상태로 병원에 있는 딸을 두고 단호하게 죽었다, 라고 말하는 이 여자는 대체 무엇일까 라는 질문으로 마지막까지 몰입감 있게 읽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 <검은 호수>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중심으로 이어가는 서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화자는 딸을 잔혹하게 폭행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형사와 취조실에서 마주한다. 화자는 고작 열한 살짜리 딸의 몸에서 담배 냄새를 맡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느꼈으며, 신도시 아파트에서 바라 본 호수의 악령이 딸의 몸에 깃들었다고 믿는다. 그녀의 주장에는 ‘믿을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

속된 말로 뇌피셜, 그녀가 하는 모든 주장은 머릿속의 추론에서 기인된 것이기에 믿을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여자가 과거 조현병 증세를 앓은 경험이 있다는 데서 오히려 더 신빙성을 얻는다. 형사들과 취조실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딸 예나는 죽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죽음에 크게 놀라워하지도 않는다. 딸을 때려 죽인 엄마,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악령 핑계를 대는 잔혹한 살인마… 과연 이 주인공은 ‘그러한 사람’이기만 할까?

반전이 흥미로운 소설이다. 어쩌면 예상 가능한 흐름이기도 하겠지만, 그 상상이 현실화되었을 때의 긴장감을 잘 표현해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반전이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것과 취조실에서 형사 하나가 너무도 감정적으로 주인공을 몰아갔다는 부분이다. 사건이든 인물이든 독자 역시 몰입하며 따라가야 하는데 한 형사가 너무 비난하고 있다 보니 누구에게도 이입하기 어려웠다. 너무나 감정적인 지점은 덜어내고, 악령에 대하여 조금 더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소설 제목 역시 <검은 호수>인 것처럼 악령이 깃들어 있던 검은 호수에 대하여 조금 더 보여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취조실에서 스토리가 시작된다거나 주인공이 ‘신뢰할 수 없는 유형의 캐릭터’라거나, 이 소설 전반을 이루는 긴장감 어린 분위기는 좋다. 이 매력적인 분위기가 과거 사건에 대한 설명과 반복되는 분노가 뒤섞여 본연의 매력을 조금 덜 발휘한 듯하여 리뷰를 써보았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는 쓰는 입장에서도 참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궁금하면 스윽 읽어보도록. 분량이 짧은 편이라 가볍게 읽고 생각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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