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궁니 (작가: 이소플라본, 작품정보)
리뷰어: 청보리, 23년 9월, 조회 32

얇게 바스락거리는 소리. 반투명하게 안이 비쳐보이는 폴리에스테르 재질. 연하게 내린 커피에 우유 한 컵을 섞은 듯한 베이지색. 내가 어렸을 적 갖고 있던 바람막이에 관한 이야기다. 부모님이랑 다른 지역으로 놀러가던 중,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가 휴게소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놀았던 적이 있었다. 한창 몸을 움직이며 놀다보니 덥길래 바람막이를 벗어 놀이터 미끄럼틀에 걸쳐두었었는데, 그 이후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바람막이에 관한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야 바람막이를 휴게소에 두고 왔다는 걸 알았을 때의 그 허탈감과 실망감이란.

나는 물건을 웬만하면 거의 잃어버리지 않는 편이다. 깜빡하고 두고 왔더라도 금방 생각이 나 다시 가지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 바람막이만큼은 이상하게도 아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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