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 얇고 긴 강철 띠를 돌돌 말아 그 풀리는 힘으로 시계 따위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아픔과 트라우마를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 나 때문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찢어질 듯한 고통,
죽음의 이유가 나와 관련 없다 할지라도 그 고통은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평생의 상처가 되고
회복되지 못한 채 평생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 기회가 나의 목숨을 앗아간다 해도 말이다.
이 글의 주인공 또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질주하는 트럭, 머리위로 떨어지는 화분,
심지어 암살자가 따라오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이 공간이 현실인지 허구인지는 주인공에겐 상관이 없다.
주어진 돌고 도는 시간이라는 루프의 함정 속에 있더라도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 반복될 뿐이다.
10번, 100번, 여러번의 반복된 상황을 겪으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아무런 의미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이 상황과 결과는 절대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매순간 지켜보며 좌절감을 느끼고
그 과정 속에서 우울, 분노, 슬픔, 허탈감을 느끼지만
이 반복되는 상황 가운데서 주인공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주인공의 죄책감, 사랑하는 감정, 우리의 추억,
마지막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이 현실과 동떨어진 세상 속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지금 갈게. 태엽의 끝에서 다시 만나.’
이 문장을 보며 아이유 – 시간의 바깥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잃어버렸던 널 되찾으러 엉키었던 시간을 견디어
미래를 쫒지 않을 두 발로 숨이 차게 달려가겠다는 가사처럼
꿈꾸는 입자, 사랑하는 입자가 되어 두 사람이 꼭 만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