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강렬하고, 달콤한. 감상

대상작품: 사랑해, 송곳니 (작가: 파랑파, 작품정보)
리뷰어: 청새치, 23년 7월, 조회 11

생물은 생존과 번식에 이로운 행위를 개체에게 강요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쓴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할 때까지 고통을 주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할 때면 쾌감을 느끼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그 두 가지 중에서 고열량을 의미하는 단맛에 대해 후자를 선택했다는 얘기는, 설탕과 지방과 심혈관 질환을 주인공으로 세워 사람에게 비참한 말로를 선사한다는 괴담에 가까운 협박이 만연한 이 사회에서 제게 단맛을 향한 자기파괴적 욕구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요? 그런 생물체인 거예요.

흡혈귀도 딱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제 죽지 않아선지 한 가지 방법으로는 부족해서 두 가지를 동시에 쓰는 것 같아요. 맛있는 피는 멀리 있어도 달콤한 냄새가 날 만큼 매혹적입니다. 그리고 안 마시면? 돌아 버리는 거죠. 흡혈귀는 죽지 않는다지만 생각보다 약점이 많고, 무엇보다 먹지 않으면 반드시 죽습니다. 이렇게 적으니 머리를 몸과 분리하면 죽는단 얘길 하는 기분이지만, 흡혈귀들은 보통 죽지 않는 자신 때문에 어딘가 다들 울적해하잖아요. 생명체로서 육신은 생존에 지극히 충실해도 오랜 시간으로 무뎌지거나 비틀린 정신이 죽음을 추구하는 간극이 흡혈귀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사랑이죠! 사람이 살기 위해 사랑하듯 한때 사람이었던 흡혈귀도 사랑을 쫓습니다. 자, 이제 강렬하고 자극적인 건 모두 모였습니다. 오래된 신문기사의 먼지 냄새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죽지 않아 오래된 자의 까마득한 슬픔 속 사랑과, 심장이 뛰기에 한없이 싱그럽고 생생한 사랑이 서로를 찾아 헤매다 엇갈리고, 끊어지려다 이어지며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작중 완선의 화풍처럼, 하진이 줄곧 맡고 쫓고 도망치는 향처럼, 그리고 멈출 줄 모르는 애정이 부추기는 다현의 고동처럼 빠르고 강렬하고 달콤하게요.

첫 비극은 어째서였는지, 비극은 다시 재현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다음으로 넘어가는 모든 순간이 설렜습니다. 비록 제게 날카로운 송곳니는 없지만, 한껏 달콤하고 아찔한 장면들을 포식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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