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으로 꽝꽝 해피엔딩을 박아 두고 싶군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요…
아래 리뷰는 완결까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알고 읽어도 이 작품은 여전히 조마조마하고 애타고 아름다울 것 같네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닥 인생을 벗어날 수 없어서 절망하는 인간을 인간이 아닌 존재가 구하고, 그 강대하지만 슬픈 존재를 인간이 사랑으로 구하는 이야기는 몇 번을 듣고 보고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천국도 지옥도 괴물도 구세주도 결국 인간이 만든다는 생각이 들고요.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 이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언젠가 한 사람이 꿈꾸고 다른 사람이 그 꿈을 이어받아서, 끝내는 하나의 고정된 개념이 된 게 아닐까요? 최초의 그 사람은 그래서 다른 것이 되어 꿈을 이뤘을지, 아니면 자신의 꿈을 다른 사람이 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을지 궁금해지네요. 멜리사는 둘 다 해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슬픔은 살아남은 사람의 몫입니다. 작중에서 백 명의 여자가 죽으면 한 명의 괴물이 태어난다지만, 괴물은 그저 분노로 눈이 멀어 구분되지 않는 어떤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사람을 간단히 줄여 부르는 명칭 같아요. 물론 휴대폰을 밀어서 잠금 해제하듯이 손을 움직여서 사람의 머리를 몸과 분리하는 걸 보면서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긴 어렵지만, 도구와 기회와 당위만 있다면 타인에게 얼마든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게 또 사람 아니겠어요?
그렇게 기억과 복수와 슬픔만이 이어질 때, 천 명의 여자가 살면 한 명의 삶이 돌아온다는 말은 복음처럼 들렸습니다. 실제로도 복된 말씀이 아니었을까요? 부활에 관한 얘기 같기도 하고요. 강대한 힘으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건 손쉬운 일이지만, 부서지고 잃어 버린 것이 돌아온다는 건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러니 불가능을 넘어서 붉은 연기와 키스로 돌아온 바네사와 멜리니, 그리고 리사가 이제는 오래도록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슬프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