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추리소설을 ‘책빙의물’로 재해석하다.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작가: 고수고수, 작품정보)
리뷰어: 사서 요한, 23년 7월, 조회 29

(하단은 위의 이미지 텍스트 버전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과 추리를 좋아하는 건 별개라고. 커피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정통이라 부르는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처럼.

웹소설 시장이 활발해진 이후 우리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에서 ‘회빙환’ 요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웹’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창작물의 전유물보다는 대중적인 장르적 요소로서 자리 잡았다 볼 수 있다.

과거의 ‘회빙환’요소는 소재 자체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회빙환’은 독자와 같은 시선으로 작품을 해설해주는 가이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 세계가 얼마나 특이한 것이든 특이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며 직관적인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독자에게 일대일 강의를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에 빙의한 주인공은 독자에게 어떤 설명을 제공할까?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는 인기 없는 작가의 인기 없는 작품 ‘탐정 윌 헌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밀른 가문의 참극’을 배경으로 한다. 밀른가문의 저택에서는 ‘벨라 아가씨의 티 파티’라는 동요에 맞춰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중 하녀 레나 브라운은 이 작품의 두 번째 희생자이며 주인공이 빙의된 인물이다.

주인공은 신(인기 없는 작가)의 부탁으로 원작과 다른 결말로 이끌어 달라는 부탁받고 윌의 조수로 함께하며 일종의 관찰자 시점으로 작품을 보여준다. 밀른 가문의 일원이자 작품의 모든 배경(심지어 ‘원작’의 트릭과 범인까지!)을 아는 인물로서 말이다.

독자들은 주인공 레나의 적절한 첨언 등으로 추리소설에 깊은 조예가 있는 것처럼 읽는 기분을 느끼는가 하면, 정적이고 무거울 것 같은 분위기를 메타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유쾌하게 읽어내려 가게 된다. 그럼에도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었다’는 추리소설의 본질을 놓지 않고 잘 이끌어나간다.

미궁과도 같은 사건, 적절한 복선과 언급, 인물들의 사연, 논리적 추론이 가능한 합리적 결론. 거기다 짝퉁 빅토리아 같은(작품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분위기까지 적절하게 녹아드니 이름만 들어도 아는 추리소설의 명저들이 번뜩 떠오르기 까지 한다.

결론적으로 웹소설에서 정통추리소설 분위기를 흉내 낸 작품이 아닌, 정통추리소설을 ‘책빙의물’의 분위기로 풀이해낸 작품이라 표현할 수 있다.

웹소설과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하고, 둘 중 하나만 좋아해도 관심 가지고 읽어보길 추천해볼 만한 책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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