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은 이후는 어떨까.
이 질문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질문 중 하나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종교나 철학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종교가 존재하는 만큼에 비례하여 사후 세계도 존재하지 않을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후 세계는 특정 종교를 명확하게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십구재와 저승사자라는 요소들이 별계라는 새로운 요소와 함께 결합되어 작가님만의 특별한 사후 세계가 탄생했다. 주인공 모희랑은 이 세계를 배경으로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무척이나 잘 묘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모희랑이 느꼈던 외로움, 우울함, 자괴감, 자기 혐오 등의 감정이나 갑자기 무기를 들고 싸우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황당함, 어이없음 등의 감정을 넘어 싸움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고통, 괴로움, 투지, 의문 등 다양한 감정의 편린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희랑아.”
그 순간 희랑이 나를 돌아본다. 나는 수천 개의 희랑과 마주 봤다. 이 방을 가득 메운 희랑을,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으려 하나씩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마주친 희랑을 하나씩 불렀다.
희랑아.
희랑아.
희랑아.
그리고 희랑을 하나씩 지웠다. 온통 희랑으로 가득하던 이 방을 지나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 희랑을 부르고, 희랑을 만나고, 희랑과 눈을 마주하고, 다시 희랑의 이름을 부르고, 다시 희랑을 지웠다.
이 부분은 아직도 읽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현실에서도 채우지 못했던 공허함을 비로소 마주보고 받아들였을 때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살아서는 내딛지 못했던 걸음을 죽어서야 비로소 내딛을 수 있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이 때가 아니고서는 그 걸음을 내딛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걸음을 내딛을 모희랑의 시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