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는데 왜 울고 있나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울지마요 아저씨 (작가: 그레이 드비,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6월, 조회 20

솔직하게 말하자면 <울지마요 아저씨>라는 제목에 끌려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 역시 요즈음 어쩐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날이 우중충해서, 날이 후덥지근해서, 날이 좋아서 … 기분이 다운되는 데 이유를 붙이자면 참 많은데 사실 다 핑곗거리다. 그저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해서다. 이런 날이면 나는 물을 보러 간다. 강물이든, 바닷물이든, 수족관 물이든 그냥 깊이를 모를 만큼 투명하고도 어둑한 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잠잠해진다. 수영도 못하고,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물멍’은 좋아하는, 기묘한 취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바로 그래서 반가웠다. 이 소설의 도입부에 아쿠아리움이 나와서.

 

분량이 짧은 만큼 서사도 단순하다. 허나 그 안에 담긴 감정만은 분명해서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에필로그는 빠져도 되었을 거 같지만, 사람마다 취향은 다를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아쿠아리스트 인호는 희귀질환으로 치료 중인 큰 돌고래 별이를 돌보기 위해 사흘 꼬박 물속에 있었다. 겨우 퇴근하던 길에 어린 사내아이를 보고 그의 곁에 머무른다. 컨디션 탓에 바로 집으로 향하려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아닌 아내의 전화였다. 남편의 부재 탓에 홀로 빗길 운전을 하다가 외아들을 잃은 뒤 시들어가던 아내는 전화로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공허한 날, 인호는 아들을 잃던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모를 잃은 것처럼 보이는 사내아이 옆에 있어주기로 한다.

 

아들을 잃은 남자, 자신의 아들처럼 아끼며 돌보던 돌고래만은 잃고 싶지 않던 그 남자에게 불쑥 찾아온 사내아이는 대체 누구일까. 여기까지만 봐도 누구인지 짐작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섣불리 추측했다가 ‘다른 결말’에 신기해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결말까지 읽은 뒤의 감상을 말하자면, 따스했다. 아주 짧은 소설이라 슬슬 읽혔지만, 그 외에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을 걸로 생각된다. 조금 더 깊이 있게 보여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허나 분명한 건 좋았다. 인호라는 남자에게 찾아든 ‘찰나의 순간’을 잘 잡아낸 기분이어서다. 소설이, 이야기가 꼭 완결감 있는 ‘플롯’의 구성을 취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한 순간, 감정에만 집중해도 때론 충분하다.

 

나의 기분이 그래서인지, 오늘 비가 온 탓인지 모르겠다.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한다. 슬플 때, 울적할 때, 외로울 때는 그 감정을 부정하고 부인하기 보다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게 좋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 되는 그것을 인호에게도 말해본다. 맘껏 울라고. 이 소설을 읽고 싶어질 사람들을 위하여 가려둔 결말, 그 결말에 도달하는 순간 누구든 찌릿한 가슴 통증을 느낄 것이다. 너무도 예상 가능한 슬픔이고, 이상하게도 서글픈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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