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발달한 시대, 사람들의 수명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대 지구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무려 200세에 달한다. 기대수명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런 사회에서라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특히 노년의 건강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고 싶지 않은가? 사람들의 수명을 200세까지 늘려준 과학 기술이라면 웬만한 질병쯤은 가볍게 정복했을 것 같다.
그러나 치매는 이 시대에서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제 21258조, 행복기억복지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130세부터 149세 사이의 일화기억을 하나 선택하여 150세 이후에는 그 기억만 간직한 채 살아가야만 한다. 기억 하나만 가지고 5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 가지 기억만을 갖고 산다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사는 것일까? 사람의 기억은 하나의 퍼즐 조각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 퍼즐 조각이 하나하나 모여서 비로소 한 개인이 완성된다고 보는 입장으로서 행복기억복지법은 오히려 악법에 가깝다고 보인다. 과거의 다양한 나를 지워버리고 특정 시점의 나만 남겨두는 것이 과연 진정한 나일까? 물론 그 기억도 나를 구성하는 조각 중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퍼즐 조각은 그 하나로서는 온전히 기능할 수 없다. 모든 퍼즐 조각이 모였을 때라야만 비로소 완전한 그림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퍼즐 조각 하나만 존재한다면, 나라는 그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육체의 수명은 늘릴 수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뇌의 수명은 늘릴 수 없어 그 사이에 간극이 벌어진다는 이야기.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