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약한 도련님과 정체불명의 2층 별장, 그리고 관리자와 도움을 주는 사람들, 관리자의 딸까지, 큰 무대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갖춰지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었습니다.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암시가 가득하여, 매화마다 갖은 상상을 하며 다음 화로 넘어갔어요.
종잡을 수 없는 통통 튀는 전개가 무척 좋았습니다. 병약한 우리 도련님은 할아버지 일기장에서 죽음의 향기를 알게 되고, 실체 없는 대상을 연구하게 되는데요. 죽다 살아난 사람을 추적하고 자살자를 모집하여 실험도 합니다. 그리고 끝내 살해까지(!). 실험은 극적으로 흘러가고, ‘이 사람들 어디 이상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다들 살인은 개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단조로운 어조와 도련님의 침착함에 위화감이 자연스럽게 넘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갯강구가 등장합니다. 묘사가 징그러워 소름이 돋는 한편, 갯강구의 기묘한 행동에 이후의 전개가 궁금해집니다. 이 이야기, 정말 끝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겠더군요! 이어서 지진이 발생하고 갯강구와 도련님은 바다 괴물과 조우합니다. 바다 괴물의 형상은 죽음의 냄새를 시각화한 것일까요? 도련님은 지진으로 사망하기 전, 마치 오감처럼 죽음을 ‘보고’ 또 죽음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냄새의 정체도 깨닫게 되지요.
이야기의 중반쯤, 실험 결과는 다른 의미로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매끄럽게 롤러코스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죠. 곧 낙하를 예상하면서요. 그런데 웬걸, 낙하할 줄 알고 손잡이를 꽉 붙잡았는데 갑자기 고공의 평지를 달리는 겁니다. 안도감과 함께 불안감이 마구 솟구쳤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떨어지는 거지? 뜻밖에도 절정을 결말 부분으로 뚝 떼어두어, 절벽으로 갑작스럽게 밀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우하핫, 즐거운 낙하!
아쉬운 건, 도련님의 사망이네요. 귀신이 되어 돌아오면 어쩌냐고, 청부 살인 업자의 계좌로 쿨하게 이체하던 모습이 참 귀여웠는데 말이죠… 귀신이 되어 다시 별장으로 돌아온 도련님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