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시리즈 완성을 축하드립니다. 첫작인 <손가락의 남은 시간>의 리뷰를 썼던 리뷰어로서 완결에도 리뷰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이전 리뷰에서 보완하셨으면 했던 점이 실제로 수정을 통해 보완이 되어 있어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부족한 리뷰이지만 작품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1편의 주인공은 아주 소심하고 한껏 주눅이 들어있는 캐릭터였어요. 그런 성격은 직장이건 집이건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존재가 있어야 더 자연스럽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부장’이 등장하면서 좀 더 매끄러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악마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서 계약을 맺었다고 한 들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능력 가지게 된 성식이 갑작스럽게 해방구라도 생긴 것처럼 손가락과 시간을 맞바꾸어 써버릴리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성식은 양 손을 펴고 다섯 손가락이 없는 상상을 해보았다. 끔찍했다. 로또 당청금 20억이 들어온다 해도 어느 게 더 이득인지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차라리 왼손에 있는 손가락만 없어지는 게 나아. 괜히 양손을 다 불편하게 하면 일상 생활이 더 힘들 거야. 한 손이라도 성한 게 낫지. 아니 우선.. 로또 당첨금 20억에서 세금을 제외하면 13억 정도일 건데.. 그게 손가락 5개 없이 평생 사는 것보다 큰 이익일까?’
여느 사람도 이와 같을 겁니다. 능력을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고민을 수없이 하게 될테고, 손가락의 값어치를 매기게 될 겁니다. 2편에 여대생도 같은 고민을 하고요. 손가락이 ‘美’에 기준은 아니라지만 미적인 요소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 없으면 매우 불편하긴 하겠죠. 성식은 손가락 하나당 얼마씩을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그 금액이 정확하게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많이 망설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여기엔 성식을 벼랑 끝까지 내몰아줄 오부장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더 지랄맞고 현실적이어서 저런 인간이 있다면 나라도 성식 같아 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는 오부장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랄게요.)
2.
1편에서 악마를 회유와 협박에 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이 악마를 외교부로!”를 외쳤지만 2편이나 3편에서는 악마의 매력 발산이 덜 됐습니다.
1편에서 악마는 성식을 반기고, 제안을 하죠. 제안을 받아주지 않는 성식을 협박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악마의 지론에 맞게 악마는 대화에 소비한 자신의 시간에 대해서도 대가를 요구하는데요.
사실 손가락으로 10분씩 돌리는 제안을 하는 것에 비해 7분 남짓한 시간에 ‘눈’을 대가로 요구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무서워서 납작 업드린 성식에게는 그런 생각을 할만한 여유가 없었겠죠. 그래서 악마가 참 협박에도 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당장 잃어서 두려워 할 만 한 것, 그런 신체부위가 ‘눈’이니까요.
사람의 욕망을 이용해서 계약자를 찾았으니 계약자 개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계약을 하는지야 그들에게 달려있겠지만, 2편의 젊은 여자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할게요!를 외치고 맙니다. 악마가 이번엔 어떤 식으로 계약을 성사시킬지 지켜보던 입장으로서는 김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악마의 교활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여성의 수명을 가지고 장난을 칩니다. 역시, 악마구나 싶었어요. 악마라면 할 법한 일인데 방심하고 있다가 벙쪘다고 해야할까요.
3편에서 악마는 요한과 계약을 하게 되는데요. 계약 조건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계약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요한이라 3편에서도 악마의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못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악마가 제시한 ‘계약조건을 위반한다면 영혼을 바칠 것.’ 이란 부분이 잘 이해가 안됩니다. 요한이 내건 조건은 ‘팔을 댓가로 시간을 무제한으로 돌릴 수 있을 것, 돌렸을 때는 지금의 나이를 유지할 것’ 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계약조건을 위반할 일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그 뒤에 붙은 조건(한 달 내로 사용할 것) 때문에 그런 조건을 내걸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전후가 바뀐 것 같습니다.
여하튼 요한 VS 악마의 대결은 제목처럼 <통쾌한 복수>로 끝나니 어떤 식으로 복수가 이루어 지는 지는 강력한 스포이니 작품을 볼 다음 독자님을 위해 참고 있겠습니다.
3.
첫 번째 리뷰가 끝나고 의문점이 남아 작가님께 문의를 드렸던 내용이 있습니다. 보면서 저처럼 의문을 가지게 되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리뷰에 남깁니다.
Q. 1편에서 성식은 왼손과 오른손의 손가락을 모두 잃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코’로 터치를 하려고 했다고 했는데 꼭 손가락이 없더라도 손목이나 기타부위로도 터치가 가능하지 않나요? 성식이 이제 막 고통 속에 손가락을 다 잃고 당황했을테니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굳이 코로 터치를 해야 했나요?
A. 이 의문점에 대한 답은 ‘성식이 엎드려 애원하듯 전화를 받는다.’를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손가락이 모두 없어도 손바닥은 남아있거든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그림은 울부짖으며 바닥에 엎드려 다급해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코로 전화를 받게 했습니다.
Q. 악마랑 계약을 해서 능력을 썼을 때 사람들은 ‘성식의 손가락이 없어진 것’에 아무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치부하는데요.
그럼 손가락 말고 혀가 없어졌을 때 아내는 성식이 ‘원래부터 혀가 없었던 사람’ 이라고 생각한 상태일까요, 아닐까요?
아내는 전화통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을텐데, 그렇다면 아내는 성식이 ‘여전히 혀를 가지고 있는 상태’ 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 능력을 써서 없어진 신체 부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한다는 설정이신가요?
A. 이 의문점에 대해서는 저도 사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질문처럼 성식이 말을 못하는 걸 알면 아내가 전화를 했을까? 그 부분에 대한 답은 2부와 3부에서 풀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설정한 상황은 손가락이 잘리든 다리를 잘리든 같이 살고 있는 가족조차 언제 그렇게 됐는지를 알 수 없다는 설정입니다. 만일 아내가 손가락과 혀가 없는 성식을 눈으로 보았다면 언제부터 저런 생활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 눈으로 확인하기 전이라 평소와 같이 전화를 한거죠.
2부에서는 여성이 손가락을 잃게 되는데 같이 사는 부모님조차 아끼는 딸이 왜 손가락이 없어졌는지 기억나지 않아 괴로워하게 됩니다. 악마는 손가락을 가져가면서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이 원래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대한 기억도 가져가게 된겁니다.
2편과 3편을 보기 전에 올린 문의라 2편과 3편을 보신다면 굳이 질문의 답을 열어보지 않아도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4.
기독교적인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비틀기를 시도했습니다. 과연 예수님을 끝까지 따랐던 ‘요한’의 이름을 딴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악마와 계약을 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갈지 기대하며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욕망을 품은 사람들이 골목을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3편의 요한은 적극적으로 악마를 찾아 나섭니다. 악마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악마에게 접근하기까지의 여정도 쉽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반갑게 1편과 2편의 주인공들이 나오면서 요한에게 도움을 주게 됩니다. 과연 지난번 리뷰의 제목대로 진화하는 악마와 머물러 있는 인간이 3편까지 유효할까요?
5.
전체적으로 악마의 교활함이 이야기를 지치지 않게 잘 끌어나갑니다. 돈, 젊음, 복수의 소재와 악마가 적절하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평범한 소재를 활용했지만 한 번씩 악마의 교활함으로 쳐올려주는 맛이 있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흥미롭지만 단어나 문장은 손보셔야 할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픈 고통’ 의 경우 苦痛이 한자로 이미 ‘쓸 고’에 ‘아플 통’이기 때문에 ‘심한 고통’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제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의 여대생에 불과했다. 그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영주를 찾아왔고 그녀는 갓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을 …….’
이런 문장의 경우 ‘갓’이 반복되고 있기도 하고요.
원래 본인의 잘못은 잘 안보인다고 하는데… 이렇게 쓰면서 저도 분명 비문이나 적절하지 못한 단어 사용이 있을 것 같아 조마조마 합니다.
완결편만 공모에 올리셨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봐야 악마의 매력도 인간의 욕심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전편에 대한 리뷰가 됐네요. 다음 독자님도 얼른 제가 완결에서 느꼈던 놀라움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