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소재를 쓰는 작가님에게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맹목적 갈망 (작가: XELiFiSH, 작품정보)
리뷰어: Eu, 23년 5월, 조회 122

*이것은 소설 맹목적 갈망에 대한 리뷰이면서 동시에 작가인 XELiFiSH님에 대한 응원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습니다.

 

리뷰에 앞서 작가님께 다소 구질한 변명을 하고 싶어요.

리메이크 전부터 XELiFiSH님의 글에 감상을 쓰고 싶었지만, 어설픈 리뷰가 오히려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저어되어 망설였습니다.

브릿G로 자리를 옮기신 뒤에는 전처럼 하트로 응원을 할 수가 없어서 단문 응원이라도 남길까 하다가, 모처럼 수정을 하셨으니 제대로 읽고 더 완벽한 감상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읽는 게 부담이 되었어요.

완벽주의는 미루기의 지름길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XELiFiSH님께 더 힘이 될 만한 감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저 한 명 보는 것이나 감상을 남기는 것은 겨우 숫자로는 하나 차이고, 그러니까 제 리뷰가 응원이 될거라 생각한다면 자의식 과잉일 거에요. 하지만 저는 XELiFiSH님의 글을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고, 제가 XELiFiSH님의 글을 보고 싶다고 한 건 진심이니까요.

 

맹목적 갈망의 해시태그는 #현대판타지, #느와르, #조직물 로 되어 있죠.

현대판타지 태그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분류상 그런 것이고 흔히 현판하면 생각하는 웹소설과는 많이 다르고, 느와르의 성격이 더 강해요.

저는 느와르 장르 소설은 많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장르의 특징에 대해서 깊게 알지는 못합니다.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조직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 정도일까요.

 

이 소설은 사화의 산주인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두 아들-준과 륜을 중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요.

보통의 웹소설처럼 더 강해지거나, 집으로 돌아가거나, 안온한 일상을 얻거나, 연인의 마음을 얻거나, 죽은 사람을 되살리거나 하는 등의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소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짐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유일한 목표처럼 보이는 어머니의 사랑도, 이미 어머니의 마음은 확고하게 닫혀있고 아들들은 이미 어느정도 체념한 것으로 보이죠.

이 상황과 구도를 바뀌게 할 만한 힌트도 당장은 보이지 않고요.

 

아마도 저는 준과 륜이 결국 어머니의 사랑을 얻는 것에는 실패할 거라고 생각해요. 상황은 점점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고, 거기에 대처하는 각자의 반응이 주요 내용이지 않을까 추측해 봤어요. 완전한 비극으로 끝나거나, 아니면 갈망을 벗어날 무언가를 찾거나.

물론 제 생각이 틀렸고 둘 중 한 명 혹은 둘 다 결국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느와르가 그렇게 말랑한 장르는 아니잖아요? 그렇대도 과정은 꽤나 잔혹하겠죠.

작가님이 만들어낼 결말과 과정을 기대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문체와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과도하게 장식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심플하지도 않은 문체는, 개성이 강하거나 유별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쓰고자 하는 장르인 느와르의 어둡고 진한 분위기와 어울립니다. 간혹 장르에 어울리지 않으면서 개성으로 녹이지도 못하는 문체를 가진 소설을 보면 읽는 게 거슬릴 때가 있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어요.

약간의 멋부림이 있지만, 그렇다고 욕심을 내지는 않은 정도로요.

한 문단의 길이도 적절하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묘사의 길이 덕에 조직 용어같은 생소한 단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읽는게 힘겹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면 XELiFiSH님께서 두 주연, 준과 륜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각 캐릭터의 외면과 내면이 대사와 행동과 지문에서 섬세하게 풀어져서 각각의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더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꽤 오랜 시간 생각하고 다듬어진 캐릭터일거란 생각을 했어요.

 

준과 륜은 비슷하면서도 매우 대조적이죠. 어머니의 사랑을 원하는 것은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갈 수는 없다는 게 느껴져요. 같은 욕망을 가진 서로 다른 두 캐릭터의 대조는 언제나 멋진 소재고요.

아직 자세히 드러나진 않은 어머니의 캐릭터와 과거도 궁금하고요. 저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좋아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주인공을 륜으로 하려다가 준으로 바꿨다고 하셨는데, 그 선택에 감탄했어요.

준은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만, 더 많은 결핍을 가지고 있고, 아직 인간적인 부분이 남아 있어서 좀 더 공감하기 쉬우면서도 많은 갈등을 겪게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륜에게도 결핍이 있지만 그것은 주인공으로서 움직이기보다는 안타고니스트에 더 어울리는 것이죠. 륜을 주인공으로 재밌게 쓰지 못할 것은 없지만, 저는 준이 주인공인 게 더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좋아요.

 

걱정이 많고, 동물을 좋아하지만 벌레를 무서워 하고,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과민하지만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눈에 들고 싶어서 무리해서 그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죠. 그러면서 조금씩 이도저도 아니게 무너졌고요. 그 아슬아슬함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은 부분이지만 그녀를 쓰지 않고 그로 통일한 것도 저는 좋았습니다.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는 작가님을 좋아해요.

 

작가님께서는 소재도 감성도 마이너라고 하셨지만, 마이너 안에서도 재미있는 글이란 분명히 존재하잖아요? 작가님은 그런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어요.

 

지금은 아직 작가님의 욕심에 부합하는 글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처음 공개하는 창작소설이라고 생각하면 훌륭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전개나 기교적인 부분도 진행될 수록 점점 확실히 나아졌고, 투비때 프롤로그와 지금의 프롤로그의 인상을 비교해도 지금이 확실히 더 매끄러워졌어요.

 

작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우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꾸준히 글을 쓰는 성실함, 저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막연히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모든 게 있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면 공허하고 의미없는 일이니까요.

XELiFiSH님은 이 이야기가 예전부터 쓰고 싶었다고 하셨고, 앞으로 쓰고 싶은 다른 글도 있죠. 제일 중요한 자질을 이미 가지고 계신 거에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것은 재미의 핵심이겠죠?

제가 처음에 작가님의 글을 읽고 싶다고 한 것은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서, 쓰시는 글도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글에는 그 사람이 드러나니까, 글을 보고 작가가 궁금해지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글이 궁금해진 것은 처음이었어요.

맹목적 갈망은 각 편의 마무리가 강렬한 훅이 들어가기보다는 담담한 편이에요. 이 소설 자체로 본다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 지는 때는 글을 더 곱씹고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낀 뒤였어요.

아직 거칠지만 제법 씹을만한 글이었답니다. 읽는 게 즐거웠어요.

이 글로 작가님이 말하고 싶은 것들도 너무 궁금하고, 앞으로 작가님이 쓰실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요.

작가님은 분명히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 사람이에요. 그걸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소재에 관계 없이 모든 글을 재미있게 만드실 수 있을 거에요. (제가 제일 부러운 능력이기도 해요.)

 

그리고 성실함은 물론 최고에요. 투비에서 이미 이십화 내외를 꾸준히 연재하셨고, 지금도 힘들거나 바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연재 주기를 지키고 계신 점을 존경해요.

저도 글도 써 보고 웹툰도 그려본 사람이니만큼 이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아요.

일정한 페이스로 계속 쓰는 걸 할 수 있다는 건 프로 작가로서도 부족하지 않다는 거니까요.

특히 투비나 브릿G처럼 반응이나 조회수가 높지 않은 곳에서연재라면 더더욱요. (이 리뷰를 읽는 브릿G 관계자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실인걸요…)

1, 2화만 써놓고 그만두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인 것만으로 1%안에 드는 거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재능 세 가지를 모두 가지셨으니 XELiFiSH님은 너무 멋진 작가님이에요. 계속 자신을 믿으면서 읽고 쓰셨으면 해요. 앞으로 더더욱 멋져지실 테니까요.

 

XELiFiSH님께서는 흥행을 바라고 쓰는 글은 아니라고 했지만 작가일 때의 저는 한 명 한 명의 감상과 리뷰가 엄청 기뻤으니 더 많은 분들이 작가님의 글을 보게 되길 바라요.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더 많은 응원을 갖게 되실 거에요.

 

XELiFiSH님께서 앞으로도 쓰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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