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Death + Real Doll : 타자화된 사물이 남성기를 거세하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공모채택

대상작품: 릴리와 꽈리고추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23년 5월, 조회 213

1. 리얼돌(Real Doll)에 관하여

리얼돌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도~2015년도부터 이슈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리얼돌이란 인간의 신체를 그대로 본뜬 인형인데 성기의 형상과 촉감까지도 정밀하게 모사한 인형입니다. 성인용품으로 분류되며, 개인의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끌어안고 자는 용도나 관상용, 사진 촬영 용도 등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에서 인형은 생활의 일부로 존재했으며, 특히 어린아이에게 있어서 사람을 본뜬 인형의 존재는 다양한 정서발달에 기여하는 도구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리얼돌이 크게 이슈가 될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2017년 킨키스 돌스(Kinkys Dolls)는 캐나다 토론토에 진열된 섹스 로봇을 선택한 후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섹스로봇 성매매업소를 개설하였고, 2018년 미국 성인로봇전문업체 ‘어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성인로봇 ‘하모니(Harmony)’출품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관세법」 제234조 (수출입의 금지)에 의거하여 리얼돌이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 및 질서와 풍속을 해치는 도화, 서적, 간행물, 영화, 음반, 비디오물, 조각물 또는 이에 준하는 물품으로 규정되어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했었습니다.

그러나 한 리얼돌 수입업자가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2019년 6월에 대법원이 리얼돌의 수입통관보류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내려졌으며(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5503 판결), 2021년 10월에는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내려졌습니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47189 판결). 그러나 2021년 11월에 대법원은 16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형상을 띤 리얼돌은 ‘수입 금지’ 처분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두46414 판결 참조).

 

사건 물품을 예정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
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두46414 판결).

 

법에서는 리얼돌을 허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 윤리적 관점에서 리얼돌은 큰 논란이 있습니다. 앞에서 섹스 인형으로 사용되는 리얼돌은 모두 여성의 신체를 본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여성 어린이의 모습을 띤 리얼돌도 있지요. 미국과 영국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모습을 한 리얼돌은 규제하는 규정이 있지만(김한균, 아동형체 ‘리얼돌’ 성범죄화에 관한 영미국가 입법동향 비교 분석, 비교형사법 연구 제21권 제4호, 2020, 107쪽 이하.), 우리나라에는 아동 청소년 형상의 리얼돌과 성인 형상 리얼돌 모두 직접 규제하는 규정이 없고,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리얼돌에 대해서만 관세법을 근거로 간접적인 규제만 하고 있습니다.

리얼돌을 찬성하는 입장(서울고등법원 2019. 1. 31. 선고 2018누65134 판결)에서 본다면 1. 리얼돌은 단순히 여성의 성기 모습을 단순화한 남성용 ‘자위기구’일 뿐이며, 2. 리얼돌의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은 개인의 성적 결정권의 행사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3. 리얼돌은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성인용품의 하나로 개인 선택의 문제이며, 4. 리얼돌을 통하여 성욕을 해소하여 성범죄를 줄일 수 있고, 5. 리얼돌도 성인용품의 일종이므로 이를 소유하고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리얼돌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1. 리얼돌은 여성을 성욕 해소의 도구로 인식하게 하는 여성 성 상품화의 전형적인 형태로서 맞춤형 제작을 통하여 여성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또 다른 범죄를 낳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으며(김혜정, “리얼돌과 강간문화”, 경남도민일보, 2019.08.29.), 2. 여성을 존엄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으로 거래 가능한 대상으로 용인하게 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1시간에 3만원 리얼돌 오피스텔… 성매매 자리 꿰찬다”, 중앙일보, 2020.01.19.).

또한 리얼돌은 기존 성인용품과는 달리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물건이며 강간 욕구와 성욕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성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성차별이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인식을 줄여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리얼돌이 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리얼돌은 단순한 자위기구가 아니며,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성기구로 전락하는 현실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편(이지원),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마주하다”, 「함께가는 여성」 제228호, 2019, 14면 참조.)입니다.

 

첫 번째로 리얼돌의 존재론적 위상을 살펴보자면,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 형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도로 모사해낸 여성-유사물임과 동시에, 여성을 남성의 욕망규준에 알맞게 조작, 변경한 허상(illusion)이기도 하다. 즉 리얼돌은 단순히 원본과 매우 유사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본을 구조화하고 재조건화하는 초실재적 욕망 단위로 기능함으로써, 여성신체형상을 남성의 욕망 그릇으로 최적화하는 장치이다.

두 번째로 리얼돌은 섹슈얼리티를 궁극적으로 남성의 자위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남성의 성적 유아론을 구축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성적인 유아론이란 타자의 존재나 욕망, 관점 등은 모두 소거한 채, 타자를 자신의 욕망의도구로만 여기며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실재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을 뜻한다. 남성의 성적 유아론은 여성의 욕망과 관점의 실재성을 모두 제거하는 것으로 사물의 여성화와 여성의 사물화라는 두 가지 절차를 거친다. 

세 번째로 리얼돌 수입, 판매를 허용한 2심과 대법원 판결문은 리얼돌의 사용 주체부터 이것의 심리적, 성적, 사회적 순기능의 수혜자를 남성으로 한정하여 논의할 뿐, 정작 이것이 여성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어떠한 심리적, 물리적, 성적 위해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판결문에서 상정하고 있는 존중받아 마땅할 개인의 성적 자유란 남성의 성적 공격성의 확장과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러한 남성의 성적 자유의 확대가 여성의 인권과 자유라는 기본권의 침해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리얼돌 수입, 판매 허가 판결은 여성 시민의 자리를 일체 소거한 남성편향적이며 불평등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리얼돌에 의해 촉발된 욕망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A.I 섹스로봇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것의 활용방식이 얼마나 포스트 휴먼적이지 않은지, 즉 얼마나 남성중심적 휴머니즘의 갱신 행위이자 남성폭력의 고착적 상상력의 재생산에 불과한가를 정치하게 드러낼 것이다.

 

윤지영(Yun Ji-Yeong). (2020).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여성신체 유사 인공물에 기반한 포스트 휴먼적 욕망 생태학 비판. 문화와 사회, 28(1), 7-70.

 

 

 

2. 거세당한 남성, 꽈리고추

담장 작가님의 소설 <릴리와 꽈리고추>를 처음봤을 땐, 제목만 보고서 전원주택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용물을 까보자 굉장히 유쾌하고 현실풍자적인 소설이라서 놀라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릴리와 꽈리고추> 속에서 등장하는 ‘릴리’는 살아있는 인간의 이름이 아니라 리얼돌의 이름입니다. 주인공 ‘송길태’가 애용하는 흑발 미녀의 모습을 가진, 실리콘으로 만든 리얼돌이지요.

송길태는 리얼돌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성기에서 피를 흘리게 됩니다. 37살이 되도록 지켜온(연애를 못해서) 순결(?)을 파괴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인간의 피를 머금은 인형은 강령을 당하여 악령으로 부활합니다. 악령이 된 리얼돌은 송길태의 성기를 거세하기 위해서 좀비처럼 움직이지요. 공포에 질린 송길태는 밖으로 도망칩니다. 그런데, 밖에는 송길태처럼 리얼돌에게 거세당할 위기에 처한 사내들이 있습니다!

사내들은 명문대 출신 한국인 성인남성을 리더로 삼고, 자신들을 악령이 씌인(?) 리얼들로부터 보호를 받기를 청합니다. 정부는 사내들의 청원을 받아들여서 안전한 지하벙커를 제공합니다. 자신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사내들은 모두 남김없이 거세를 당하고 맙니다. <릴리와 꽈리고추>에서는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면서 동시에 여성을 혐오하는 모순적인 성향을 가진 (통칭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20대, 30대 남성들이 최종적(!)으론 피해자가 되고, 성적 대상화되고 타자화된 사물인 ‘리얼돌’이 최종적인 가해자(?)가 되는 결말로 끝이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하게 기술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릴리와 꽈리고추>는 매우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소설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정책(여성, 이주민, 장애인, 농어촌 거주자, 다문화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과 ‘여성우월주의’ 때문에 역차별을 받게 되버려 취업 경쟁에서 밀려나버리게 된 분노에 사로잡힌 이대남의 심리가 반영된 결말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선 기성 사회의 수혜자로서의 입장과 피해자로서의 입장이 양립하는 모순적인 인간상을 ‘송길태’를 비롯한 거세된 남성들을 꽈리고추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대 남성이 반페미니즘적 성향을 갖게 된 원인으로 제시되는 견해 중 하나는 경제적 측면에서 기성세대와는 달리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동 세대 여성을 경쟁 상대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속 심화된 경쟁, 탈락에 대한 공포가 동년배 여성(그리고 이를 편드는 정부)으로 향하게 되었으며 20대 중상층 중심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정부의 민생 정책(부동산, 비트코인 등)에 대한 불만이 20대 하층의 피해의식과 결합하면서 이대남 현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한귀영, 2021).

이는 20대 남성이 유독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보게 되었다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딱히 우월한 위치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청년 실업률, 비정규직의 만연과 같은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는 입장이 동 세대 여성과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이나 경제 활동의 영역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정책이 집행되는 것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관율, 정한울(2019)에 의하면 단지 20대 남성만이 공정성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공정은 ‘맥락이 제거된 공정’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문제처럼 보이는 것들이 알고 보면 사회구조와 환경의 영향일 수 있는데도, 그러한 맥락을 무시하고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귀속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20대 남성은 도움을 받을 자격에 특히 야박하며, 공정성의 기준은 오직 개인의 능력이 된다는 점에서 맥락이 제거된 공정은 여성에 대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페미니즘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20대 남성은 부모 세대에서 여성 차별이 심각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기성세대 남성이 누린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그리고 기성세대에 의한 착취와 여성에 의한 착취라는 ‘이중의 착취’가 쏟아진다고 느끼는 이들이 반페미니즘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뭉친다고 보았다. 세대론적 접근에 의하면 취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측면은 20대 여성도 예외가 아닐 것이나 유독 20대남성이 공정성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같은 20대라도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책적인 수혜를 받고 있으나 자신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현민(Hyeon Min Kim),& 김한별(Han Byul Kim). (2023).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의식 학습과 전환학습.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3(2), 651-667.

 

 

3. 타자화된 사물에서 주체성을 가진 악령, 릴리

<릴리와 꽈리고추>에 등장하는 리얼돌 릴리는 자아(?)를 가지기 전만 하더라도 그저 ‘송길태’의 성욕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섹스토이였습니다. 그러나 자아를 가질 수 있는 3가지 조건(피, 날붙이, 이름)이 충족되자 릴리는 더 이상 리얼돌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악령이 됩니다. 송길태와 하하호호 술래잡기를 할 수 있으며, 37세 성인 남성인 송길태가 두려움을 느끼게 될 정도의 힘을 얻게 됩니다. 물론 신의 가까운 영험한 권능을 얻게 된 것이 아니라. 그냥 약간 맛탱이가 간 평범한 성인 여성 정도가 되었을 뿐입니다.

저는 릴리가 귀신이나 악령이 아니라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릴리는 수동적이고 타자화된 사물, 물화된 객체, 남성의 성욕만 받아내는 섹스토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위로 사지가 분해되어 버리는 신세일 뿐이지요. 마치 여성 인권과 여성 투표권도 없던 전근대 사회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릴리를 비롯한 리얼돌들의 강령(?)이 주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격상된 여성들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말에서 리얼돌(여성)에게 거세된 남성 집단을 보며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느껴졌었지요.

 

치즈코는 여성을 좋아하면서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 일견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이 같은 현상이 긴밀히 연관될 수 있음을 보인다. 여성 혐오는 여성을 멸시하는 것에 다름 아닌데, 여기에는 여성을 동등한 주체가 아닌 욕망 충족의 도구로 바라보는 것이 포함된다. 그런데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간주하는 남성일수록 욕망의 충족을 위해 여성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여성을 비하하면서도 좇고, 좇으면서도 비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치즈코는 문학 작품에 재현된 ‘창녀’를 좋아하는 남성의 습성에서 이러한 현상을 발견한다.

남성의 환상 속에서 타자 여성은 때로는 알 수 없는 신비한 존재 또는 매혹의 대상으로 구원, 안식, 모험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숭배는 여성 혐오와 짝을 이루는 ‘타자화’의 일면이다. 숭배와 혐오 모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규율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아내와 창녀 또는 성녀와 창녀의 대립은 현실의 여성을 분할하고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규정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성적 대상이기를 멈추고 생각하고 말하고 욕망하는 주체로 등장하자,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들이 자신을 약자로 인식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일본에서 등장한 ‘남성보호법’이나 한국의 ‘남성연대’와 ‘일베’는 현대가 ‘남성 수난 시대’라는 인식을 공유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적대와 여성 일반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한다는 점이 오늘 여성 혐오의 새로운 점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변이에도 불구하고 여성 혐오 자체는 문명 전반의 상수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가 자신의 방대한 저서에서 논한 것처럼, 오로지 남성이 주체이고 여성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타자, ‘제2의 성’ 이었다. 동일한 맥락에서 치즈코는 남성과 여성의 상대적 지위 구조이자 그것을 정당화하는 작동원리로서 젠더질서의 핵에 존재하는 것이 여성 혐오라고 지적한다. 이 때 여성 혐오란 여성을 주체가 아닌 그 대상, 즉 타자의 지위에 묶어두는 것을 가리키며 이를 통해 여성은 주체가 아니라 타자, 재생산의 도구이자 성적 도구로서 유용성을 지니게 될 뿐이다. 

정인경(서평자). (2015). 타자화를 넘어, 서로 다른 두 주체의 소통을 전망한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아시아여성연구, 54(2), 219-227.

 

 

4. 결론

아무튼 담장 작가님의 <릴리와 꽈리고추>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꼭 한번씩 일독해보십시오! 그럼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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