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본질을 나타내는 것인가, 혹은 그것이길 바라는 것인가?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가슴에 나무를 심는 남자 (작가: 한님, 작품정보)
리뷰어: 란필, 17년 7월, 조회 34

이름은 본질을 나타내는 것인가, 혹은 그것이길 바라는 것인가?

남자는 이름이 없다. 그러나 누구나 그를 펠릭스(Felix:행운)라고 부른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한그루의 나무가 심겨있다. 이 나무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남자는 그 나무를 ‘행복’이라고 부른다.

남자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다시 심어주겠노라고 하고, 다른 사람의 나무에서 조금 잘라온 가지를 접붙이면 나무가 다시 살아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조금 행복해졌다는 것을, 앞으로 행복해질 것을 알게된다.

과연 그 나무는 ‘행복’이었을까?

어째서 사람들은 남자를 펠릭스(행운)라고 불렀을까?

충분히 자란 나무의 가지를 잘라가는 걸 거부한 사람이 있었다. 누구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그를 그리드(Greed:탐욕)라 부른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름에 대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장이다. 바로, ‘누구나 그렇게 부른다면 그게 이름이 아니라도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라는 문장이 그것이다.

소설 중후반부로 가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나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분명히 초반에 ‘이 나무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고 언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펠릭스라고 부르는 그 남자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리드라고 부르는 사람은 마침내 깨닫는다. 그 나무가 행복이 아니라는 걸.

그렇다면 그 나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글을 덮고 나는 가만히 생각해본다. 누구나 가슴 속에 한그루가 있고, 다른 사람의 가지를 접붙여 자라날 수 있고,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러나 지나치게 커졌을 때 다른 사람들의 나무를 죽이고 스스로도 곰팡이와 벌레로 자멸해버리는 그것. 어쩌면 꿈, 어쩌면 희망, 어쩌면 욕망?

모처럼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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