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너무도 무거운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귀신 부르는 심부름집의 일일 (작가: 이소플라본, 작품정보)
리뷰어: 비롯, 23년 4월, 조회 14

30회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회차 안에서 기이담은 독자를 끌어들인다.

기이담은 오컬트 전문 심부름 센터라는 수상쩍은 사무소에서 일하는 막내, ‘승환’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때로는 사장에게 투덜거리고 때로는 의뢰인을 위로해주면서, 승환은 사건사고에 부닥쳐 나간다. 그렇게 한 화씩 지날 때마다 독자는 승환의 곁에서 사건을 겪고, 승환의 눈으로 사건을 보고, 승환의 마음으로 사건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승환에게 정이 들면, ‘꿈 속의 소년’ 에피소드가 승환의 과거를 알려 준다. 패악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의지할 데 없이 어린 동생을 품고 근근이 살아가던 소년. 그마저도 자기 잘못도 아닌, 부모가 받을 신벌을 대물림받아 하나뿐인 동생마저 잃어버린 소년.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기이담을 멈출 수 없다. 이 가엾은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결말을 반드시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차오른다.

그 뒤로 몰아치는 에피소드들 역시 가슴아프다. 신이란 무엇인지, 죄란 무엇인지. 신들이 물골마다 산길마다 좌정하던 옛 시대를 지나, 산허리도 뚫고 강줄기도 돌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그저 불합리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가족을 원해서 들어온 집에서 모진 학대를 당하고 결국 저주까지 받아서야 풀려난 혜연, 병약한 동생을 먹여살리겠다고 금기에 손을 댔다가 그 탓에 동생을 잃은 혜호. 그들이 지은 죄가 이토록 고통스러워해야 할 만큼 깊었을까?

기이담의 끝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질문은 “신은 인간을 사랑하는가?”. 그리고 이 이야기를 따라온 독자는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신에게 고통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신조차 고개를 돌릴 만큼 악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환은 “신은 우리를 사랑한다”고 답한다. 신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는 있는 것이 있기에, 그것은 신이 인간에게 주었기 때문에 신이 갖지 못한 것이기에. 신들은 그것을, ‘자유’를 기꺼이 포기할 만큼 인간을 사랑했기에.

이 결말은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를 떠올리게 한다. 신들이 사람들의 앞에 나타나서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가르쳐 준다면 세상에는 죄가 없어질 테지만, 그러하면 사람은 결코 신을 넘어설 수 없다. 신이라는 한계에 갇혀 끝없이 정체되는 대신, 사람은 자유롭게 미답의 세계로 달려나가 끓고, 반짝거리고, 흩어지고, 흐르고, 녹고, 마침내 신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그 길에서 누군가는 끓어올라 사라지고, 누군가는 녹아 없어지겠지만, 결국에는 반짝거림을 붙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신은 사람을 달려나가도록 놓아둔다. 어떤 사랑은 주는 이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너무도 무겁지만, 사랑을 그만둘 수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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