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도의 조각이 완성되는 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마법탐정-타니감각자 (작가: 이요람,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3월, 조회 34

종종 알 수 없는 문자를 받는다. 일면식도 없으면서 최대한도로 얼마든지 돈을 빌려주겠다거나 주식 정보를 공유한다는 단체 채팅방 링크를 보내 주겠다는 딱 봐도 수상쩍은 내용부터 특정 은행사의 새로운 상품을 안내하는 링크가 교묘한 안내 문구와 함께 하루에도 몇 개씩 도착한다. 물론 나는 그들에게 개인정보를 준 적이 없으니 이것들은 전부 피싱 문자다. 데이터는 지구를 오염시킨다는데. 대부분 경우에는 사는 데 하나 도움 주지 않으면서 사기성 범죄를 저지르고 데이터 쓰레기까지 발생시키는 사람들을 은은히 저주하며 메시지를 지우곤 하지만, 한두 개 혹하는 문자를 받을 때는 손가락이 먼저 나선다. 피싱의 진화는 어디까지 이루어지는가. 종종 이들의 수법이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소름이 돋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정말 귀여운 오탈자로 인해, 뜻하지 않은 재미를 주는 메시지도 있다. 얼마 전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 작가의 기대 신작 〈□□〉 2233년 △월 출간 예정!’. 보통이라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갔을 이 오타가 얼마나 웃겼는지 몇 날 며칠의 이야깃거리였다. 마치 백 년도 훨씬 뒤의 미래에서 온 신간 소식 같았다. 이런 식의 문자는 기분을 나쁘게 하기는커녕 즐거운 상상의 기폭제가 되어준다. 그런데 만약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도착한다면 어떨까.

 

“1031일까지 마법사 등록 기간입니다. 기간 내에 지나마르나 1구청에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기분을 나쁘게 하는 문자도, 그렇다고 재미있게 볼 것도 아니다. 그저 뚱딴지같은 내용일 뿐이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다섯 번, 열 번, 스무 번 이런 연락을 받는다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차단을 시도해도 먹히지 않는다면, 조금은 무서울 것이다. 정말 마법이라는 게 있지는 않겠지. 그때쯤 생각나는 한 영화. 그 이름도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다. 가만히 생각하자니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해리포터》 속 마법 학교에서 도착한 편지를 무시한 건 해리가 아니라 그를 방치하던 친척들이었지만,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편지를 받았을 때, 그가 이미 독립해 있었고 나이도 이십 대 중반이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해도 더들리 삼촌의 반응과 비슷했을 것이다. 무슨 이런 장난이 다 있어, 라며 편지를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마법사들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해리의 마법 학교 입학이 늦어지자 그에게 뚜렷한 능력이 드러났던 것처럼,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주변에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읽고 싶은 책이 갑자기 날아와 얼굴을 들이받는다거나, 생각만으로 방 안의 불을 끄고 켤 수 있게 되는 식이다. 당신의 마음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두려움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나마르나가 어디인지 검색 정도는 해보라고 속삭인다. 그래, 더 버텼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지 모르니 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손에 든다. 마침 지긋지긋한 문자 착신음이 울린다. 도착한 발신 불명의 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는 길을 모르시는 것 같아 지나마르나 행 지하철 이용 방법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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