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19.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새로운 유형의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우한에서 새로운 종류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19년 말에 스치듯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20년 초부터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1월엔 그래도 환자 한 명 한 명 전수조사 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2월부터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메르스나 신종플루처럼 금방 지나갈 유행병인 줄 알았는데 23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코로나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변이가 많이 진행되면서 초창기보다 치사율이 많이 내려가기는 했지만. 아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서로 간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사람을 만나지 말고, 만나더라도 최소한의 인원만 최소한의 시간만 만날 것. 되도록이면 직장과 집을 오가는 것 말고는 집에만 있을 것. 사람 없는 곳으로 갈 것. 그래도 우리는 최소한도라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다들 못살겠다며 힘들어했는데 ‘나’가 처한 상황은 우리보다 더 열악하다. 사람의 머리카락 한오라기도 찾아볼 수 없는 생활. ‘나’는 3미터 반경 안에서 사람을 만나면 급성 질환으로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같이 사는 고양이 유우뿐.
어느 날 다른 집의 생존자와 머릿속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참 외로워했다. ‘초코’라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활력을 찾는 듯 보이던 ‘나’는 다시금 불안함을 느낀다. 내가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미친 건 아닐까? 상대방도 비슷한 불안감을 느꼈는지, 서로의 고양이를 교환하자는 제안을 한다. 서로가 실존한다는 확신이 얼마나 필요했으면 그럴까. 최소한의 접촉이라도 할 수 있었던 나도 갑갑해 미칠 것 같았는데 행동반경이 극도로 제약되고 고립된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래도 체온이 있으니까.
그가 말했다. 내 말을 아니 내 생각을 들은 걸까. 나는 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유우와 초코가 따뜻한 작은 몸을 내 옆에 기대고 있는 꿈을 꾸면서.
‘나’가 와 ‘그’가 느낀 외로움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닐까. 홀로는 버틸 수 없었을 그 시간을 유우와 초코에게서 느낀 체온으로 간신히 이겨내왔을 그들이 그저 안쓰럽고 대견하다.
‘나’의 잠이 끝나는 순간, 작은 체온이 곁을 지키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