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소설을 읽고 남에게 보이는 리뷰를 쓸 때 조심스러워진다. 필자도 브릿G에 작품을 올리다보니 필자가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석한 것으로 작가님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겁이 난다. 하지만 때론 작가는 독자의 헛소리도 흘려들을 줄 알아야 하는 법. 아마 본 작품을 쓴 1713 작가님도 바라는 바라고 생각하고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본 작품은 (제목에서도 나와있듯) 고고학자가 첫사랑을 만나러 가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는 내용이다.
일반인도 타임머신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래인 제임스가 실험 대상으로 적합한 포프 박사와 접촉한다. 폼프 박사는 고고학자로, 제임스는 과거에 미련이 없고 인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과거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타임머신의 대중성을 실험해달라고 부탁한다. 폼프 박사는 제임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과거-백악기로 떠난다는 게 전반적인 내용이다.
필자는 어려운 부분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풍부한 장면 묘사나 감정 묘사, 배경 설정도 이해하기에 무겁지 않다.
다만 필자는 본 작품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폼프 박사를 과거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제임스의 평가였다.
물론 폼프 박사가 자신이 겪은 과거에는 미련이 없을 수 있다. 엄마를 잃은 슬픈 과거는 떨어져 나갔고 그것을 포기하고 체념해 다소 결여된 성격으로 자랐다는 걸 간편하게 설명하기 위해 미련이란 단어를 쓸 수 있겠지만 필자는 고고학이라는 학문 특성과 과거에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고고학은 불완전하게 남아있는 퍼즐 조각을 맞춰 미완성된 퍼즐 그림으로 완성한 그림을 추측하는 학문이다. 그런 사람이 과거로, 그것도 자기 전공 분야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으로 가는데 미련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한 분야에 평생을 매진한 학자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도처에 널려 있는데 내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고 자기 만족으로 끝내고 그걸 가지고 오지 않고 배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 샘플병이 폼프 박사가 증거를 챙길 수 있도록 준비한 물건이라면 이것은 본 작품에서 설명한 나비효과와 충돌한다. 크기가 작거나 쓸모 없어 보여도 그것이 미래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모르는 게 나비효과다. 이걸 제임스가 보고 가만히 두는 건 설정과 부딪친다.
하나 더 있는데, 결말에 관한 부분이니 스포일러로 가려놓겠다.
필자가 맞게 이해했다면 폼프 박사가 고고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화석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미래의 폼프 박사가 남기고 간 것이다. 토사를 뒤집어 쓰면서 그 사실을 이해한 폼프 박사는 만족하면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이해했다.
소재를 알뜰하게 사용한 것은 필자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소재를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폼프 박사가 무엇에 어떻게 만족했는지 와닿지 않았다. 만족감을 풍부하게 묘사한 건 좋았지만 왜 만족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문명의 정체를 알게 되어서 만족했는지 옛날에 맡았던 냄새나 기억 때문이었는지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다소 급하게 끝나는 것처럼 느껴져 아쉬웠다. 정말 제임스가 폼프 박사의 죽음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나중에 확인하러 오지 않았을까. 제임스도 일반인이 타임머신을 사용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데 결과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니 궁금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폼프 박사가 과거로 돌아가 죽어야만 나비효과를 일으키지 않는다 같은 뒷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건 한 사람의 독자로서 뒷이야기를 상상한 것이니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건 아니다.
본 작품이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감정 묘사가 풍부하고 타임머신에서 설정한 시간의 개념을 물건이 가진 기억으로 설정한 것도 매력적이다.
필자의 얄팍한 시선으로 본 작품이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게 맞나 참으로 죄송스럽다. 일부러 트집을 잡은 게 아니냐고 말하셔도 사실 할 말은 없다. 본 작품이 가진 매력은 충분하니 작가님도 일개 독자의 의견은 필요한 것만 취하시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독자분들도 본 리뷰만 믿지 마시고 직접 작품을 읽으시고 감상평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