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schizophrenia) :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마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과 질환.
과거에 우리가 흔히들 정신분열증이라고도 불렀던 질환이다. 최근엔 약물 요법을 포함하여 치료법에 뚜렷한 발전을 보이고 있으며, 조기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나’는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서 근무하는 스물한 살 청년이다. 평범한 청년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는 조현병을 앓고 있다. 회사에서는 그 사실을 모른다. 우울증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그러나 회사 사람들은 ‘나’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평범한 동료 직원이다.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나’의 서술은 아주 차분하다. 과장이나 허세, 두려움, 위협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보면, 독자들은 오히려 자신이 조현병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끊임없이 등장하는 환각, 특히 ‘서아’의 환상은 ‘나’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그 환각들은 ‘나’가 취미로 그리는 그림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뮤즈가 된다. 완성되는 그림의 갯수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서아, 성미, 린과 ‘나’를 둘러싼 관계도 점점 복잡해지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림이라는 소재를 통해 ‘나’가 어떻게 조현병을 바라보는지, ‘나’가 어떻게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지, ‘나’가 갖고 있던 숨겨진 욕구는 무엇인지 잔잔한 문체로 잘 풀어낸 작품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님의 다음 단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