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善, 그리고 線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인간의 선 (작가: 윤지응,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3월, 조회 31

미래의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SF의 대표적인 소주제이기도 한 이 질문은 언제 떠올려도 흥미롭다. 기기와 결합한 사이보그, 기억을 잃지 않는 데이터 모음, 외계 생명체와의 공존 등 개별 인간과 사회의 형태를 다양하게 그려내는 이야기를 보며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게 될지를 고민한다. 재미있는 것은 미래의 인간이 순수한 신체를 변형하리라는 확신이 종종 보인다는 점이다. 과학 소설, SF 영화 등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인간은 무엇과 결합하거나 아예 다른 것으로 교체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더욱 살기 힘들어질 것이며 살과 뼈로 된 우리의 몸은 그에 적응하기에는 한없이 약하다는 걸.

자초한 재해를 막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인류에게 SF는 소소한(?) 역경을 던져준다. 이를테면 기계가 반란을 일으키거나 원인불명의 전염병이 유행하는 식이다. 우리는 이미 이 중 일부를 경험했고 전염병을 일으키는 작은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음으로 이끌고 가는지를 수년에 걸쳐 체감했다. 인간이 약하다는 것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젊은 세대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사람끼리 살기도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다른 것들의 위협으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여기 미래 대책으로 동물과 인간의 결합을 가정하는 소설이 있다. 동물의 강점으로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여 전염병과 독성 물질에 대처하고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완벽한 인공지능의 힘으로 조절되는 도시 ‘데모 시티’에서 모든 인간은 ‘엑손 결합’이라는 수술을 받는다. 박쥐와의 결합은 인간에게 바이러스로부터의 해방을 가져다주고 복어 독에 내성을 가진 가오리와의 유전 결합은 사람이 테트로도톡신을 칵테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뱀의 유전자를 이식해 혀의 모양을 특이하게 만들거나 파충류의 눈 모양을 갖게 되는 것은 예삿일이다. 이런 도시에서는 얼마나 많은 다양성이 환영받을까. 이런 인간에게 한계란 있을까.

이 신비한 유토피아적 상상의 끝에 슬그머니 몇 가지 의문이 고개를 내민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다. 엑손 결합 시술을 받지 못한 인간은 어떤 취급을 받을까. 그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사회는 인공지능이 ‘장악한’ 사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인간을 향한 ‘배려’일까, 끊임없는 ‘감시’일까. 이런 세상에서 범죄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이는 누구일까.

정말, 이런 세상에 어두운 면은 없을까.

 

 

인간으로, 인간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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