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순수함이,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악할 때가 있다. 감상

대상작품: 고양이 낚시 (작가: 벤이, 작품정보)
리뷰어: 별해무, 17년 6월, 조회 741

보통 어린아이들을 순수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쩔 땐 그 순수함이 순수하기 때문에 악할 때가 있다.

어린아이들이 공사로 사방이 막혀버린 장소에 고양이들을 잡아 던져 넣는다. 안으로 들어갈 순 있지만 밖으론

나올 수 없는 데스 스페이스. 고양이들은 밀폐된 그 공간에서 서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아이들 역시 자신들이 던져 넣은 고양이들을 통해 내기를 한다. 자신이 던져 넣은 고양이가 끝까지 살아남길 바라는

것인데, 어쨌든 마지막에 살아남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겠지만, 아이들은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그곳을 떠난다.

단 한 명의 아이만 빼고…

이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어렸을 적 있었던 몇몇 일들이 기억났다. 어린아이로 순수했지만 그 순수함이

오히려 악이 되어버렸던 일들이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못할 일들이 말이다.

첫 번째 이야기, 한 번은 친구와 함께 하굣길에 나란히 길을 걷고 있는데, 발밑에 애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생긴 것은 무척 징그럽게 생겼지만 언젠가 고치 속에서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 나비나 나방이 될 운명

을 갖고 태어난 생명이다. 그런데 옆에서 걷고 있던 친구가 무엇 때문인 진 모르겠지만 나를 겁쟁이라고

놀렸던 것 같고 내가 아니라고 항변을 하자, 그러면 증명해 보라며 지금 발밑에 있는 애벌레를 죽여 보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치기 어린 마음에 두 눈을 꼭 감고 그 애벌레를 밟아 버렸다. 하나의 생명이 눈앞에서 죽은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한 번은 학교 뒷마당에서 친구들과 공깃돌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눈에 보였다.

내 기억으로 살아있는 사마귀를 흙으로 덮은 후에 나뭇가지로 흙 위를 막 찔렀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옆에서 같이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용감하게 보이고 싶어서 했던 행동이었던 것 같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당연히 사마귀는 죽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왜 그런 놀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ㅠㅠ

당시에도 그 장면은 큰 충격이었나 보다. 나의 뇌가 (불혹의 나이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세 번째 이야기, 이 이야기는 속담하고도 관련이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이 몸이

이를 실천했던 것이다. 비가 오는 저녁 길을 걷고 있었는데, 도로 옆 숲길에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려 쳐다보았더니

개구리인지 맹꽁이인지 하는 녀석이 아래턱을 부풀리며 울고 있는 것이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돌을 던졌더랬다. 굳이 개구리를 죽일 생각은 없었고, 그 개구리를 맞힐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진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던졌더랬다. 그런데 돌을 던지기 전까진 분명 초록색 개구리였는데,

돌을 던진 후에 살펴 본 개구리는 살색이었다….. 당시에도 너무 놀라서 자세히 보진 못해서 장담을 할 순 없지만,

아마 내가 던진 돌에… 개구리의 피부가….ㄷㄷㄷㄷ 지금의 내 기억엔 그렇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주면, 말도 안 돼!

그건 그냥 네 상상 아니야? 하곤 하는데..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 이미지가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참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어쩌면 잔인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런 행동들을 했던 어린 시절, 하지만 분명 말하지만 결코 악의는 없었다.

그 이후로 조금 컸을 땐 길거리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강아지를 집에까지 데려와 씻기고,

키웠던 기억도 난다. 집 베란다 화분 속에 생긴 벌레들을 차마 죽이지 못해서 젓가락으로 하나씩 다 집어서

바깥의 숲 속에 놓아주었던 기억, 비 오는 저녁 비를 맞이하며 밖으로 나온 지렁이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밟혀

죽을까 걱정되어 나뭇가지로 하나씩 들어 올려 다시 숲 속에 놓아주었던 기억들까지.

아주 어렸을 때와는 참으로 상반된 행동 양상을 보였던 나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심리학자가 아니라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주 어린아이로 사리분별도 없고, 선악에 대한 판단이나, 생명에 대한 숭고함(?)도 없이

그저 그 상황에 따라 행동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악의 없이 행한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어쩔 땐 더 무서울 때가 있다. <고양이 낚시>라는 짧은 글을 읽으면서 느낀 단상이기도 하고, 이 글을 읽고

나 역시,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몇자 끄적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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