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가 없다> 리뷰
브릿G의 단편들을 읽던 중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중단편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작품들 중 상당수가, 사실 단편 소설로서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 못했습니다. ‘일단 쓰고 보니 짧아서 그냥’ 중단편 게시판에 올라간 것들이 많았습니다. 내용이 형편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눈길을 끄는 작품도 있었고, 문체와 전개가 아주 매력적인 작품도 많았습니다. 다만, ‘훌륭한 장편소설의 초반부 20%’를 따로 떼어낸다고 해서 그것이 ‘훌륭한 단편소설’이 될 수는 없겠지요. 안타깝게도 저는 많은 작품에서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이가 없다>는 한 편의 잘 짜인 단편 소설로서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잘 드러나 있어 몰입감도 충분했고, 작가가 원하는 감각-아마도 으스스함-도 독자에게 잘 전달되었습니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결말이 뚜렷하게 갖춰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연 <나는 아이가 없다>는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히트 포인트는 주인공이 이웃집 할머니의 아이를 삶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내용의 흐름과 어울리는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사실에 대한 복선/힌트가 너무나 강해서 눈치빠른 독자라면 얼마든지 쉽게 이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작품의 장르가 외부에 표기되는 브릿G 시스템때문에 더욱 두드러집니다.
[호러]장르의 단편을 클릭한 독자는 작품 첫 줄에서 ‘나는 아이가 없다. 나는 사탕을 샀다.’를 보게 되고, 거기에 ‘감집 애가 예쁘다는 말에 나는 싱긋 웃었다. 곰솥과 사골을 사오는 길이었다.’라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상당수의 독자가 “주인공이 감집 아이를 삶으려는건가?”하는 의심을 할 수 있습니다. (호러단편이니까요.) 더군다나 이야기가 전개되며 자식처럼 여기던 개가 요리된 장면이 나오는 순간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며, 이 시점이 되면 글의 결말을 예측하지 못하는 독자는 거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아이를 삶는다’는 소재가 흔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만약 같은 내용이더라도 초반의 강조된 힌트가 없다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복선을 좀 더 부드럽게 녹인다면 마지막 장면의 충격도 독자에게 보다 잘 전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틀림없이 재미있습니다. 보통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소설은 쉽게 김이 빠져버리는데,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와 독자의 감정을 움직이는 상황묘사는 독자가 이 소설을 끝까지 재밌게 읽도록 해줍니다. 다른 작품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