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지 말아요 희원씨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제대로 된 사랑 (작가: 권선율,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23년 1월, 조회 26

사람이 갈등을 맞닥뜨렸을 때 보이는 대처 유형에는- 연구하는 학자마다 갈래가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5가지로 나누곤 한다. 호의형, 타협형, 경쟁형, 협력형, 회피형.

글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희원은 회피형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희원의 모습을 보며 어쩐지 자꾸 도망치는 그림이 떠올랐다. 아빠를 닮았다는 엄마의 말로부터 도망치는, 그 남자에게로 향하는 자기 마음에서 도망치는. 어떤 아픔이 있을지 예상되기에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은 수시로 메신저를 지우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칼 같다, 손절의 대명사다, 라는 그녀에 대한 평가도, 실상은 더욱 마음 다치고 힘들어지기 전에, 감당할 수 없어지기 전에 도망치는 그녀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 아닐까. 냉정하고 차가워 보이는 그녀의 속은 실상은 가장 상처받기 쉽고 가장 연약한 사람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때때로 눈물을 흘리는 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화자의 성격만큼이나 담담하고 깔끔하다. 

이미 일어난 일, 그런 사유들이 다 무슨 필요겠느냐고 말하듯이. 대신 희원의 내부에 집중한다. 특별히 자극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들의 이야기지만 그녀의 마음 흐름을 따르다보면 어느새 푹 빠져 읽게 된다.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부분-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이기에, 그 마음에 울컥하게 된다.

찐따의 사랑은 뭐고, 제대로 된 사랑은 뭘까? 그녀는 상처받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그 엄마에게서 그녀와 동생을 따라 타고 내린 아픔은, 서윤이에게까지 닿지 않고 멈출 수 있을까? 그녀가 이전에 했던 사랑은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었을까? 무엇이 되었든,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녀가 더이상 도망치지 않기를, 그럴 수 있도록 편안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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